[단독] 정부, 쌀 사들일 때 '민간 재고량'까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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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쌀 사들일 때 '민간 재고량'까지 본다

입력 : 2026.05.10 17:46

의무매입 기준 대폭 손질
3% 초과생산·5% 가격하락서
범위 넓혀 설정하는 방안 추진
평년보다 재고량 10% 늘면
공급과잉으로 시장격리 검토
쌀 매입 절차 정교해지지만
농가 재배 자율감축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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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양곡관리법에 맞춰 쌀 의무매입 기준을 단일 수치가 아닌 다층 판단 구조로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처럼 초과생산량이나 가격 하락률만 따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창고 재고량과 전년도 가격 흐름까지 함께 고려하는 체계다. 기준 설정에 따라 매년 수조 원의 재정 부담이 결정되는 만큼 농가와 소비자 모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선제적 수급조절 강화를 위한 쌀 수급제도 개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초과생산량 기준을 현행 '생산량의 3% 이상'에서 '3~5% 범위'로, 가격 기준은 현행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에서 '5~8% 범위'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당 보고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용역으로 KREI가 수행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초과생산량·가격 기준은 핵심 요소이고, 민간 재고·역계절진폭 등은 추가적인 보조지표 차원에서 검토된 내용"이라며 "단순히 3%를 넘으면 자동 매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원회 심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는 초과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단경기·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떨어질 경우 정부가 시장격리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 양곡관리법 시행 이후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정부가 매입 등을 포함한 수급안정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해야 한다. 다만 이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책을 정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보조 판단 지표도 새롭게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 재고다. 보고서는 12월 말 산지 유통업체 재고량이 평년보다 10% 이상 많으면 공급과잉 위험 신호로 보고 추가 시장격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재고가 평년보다 10% 이상 적으면 쌀값 급등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양곡 방출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쌀이 얼마나 생산됐느냐'뿐 아니라 '창고에 실제로 얼마나 쌓여 있느냐'까지 보겠다는 의미다.

역계절진폭도 보조지표로 검토된다. 역계절진폭이란 여름철 쌀값이 가을 수확기보다 더 낮아지는 현상이다. 공급과잉으로 창고 재고가 과도하게 쌓일 때 나타나는 대표적 가격 왜곡 신호로 꼽힌다. 보고서는 과거 시장격리 연도 중 역계절진폭이 발생한 8개 연도의 평균 하락폭이 8.5%, 2023년산은 12.2%에 달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8.5~12.2% 수준의 진폭을 공급과잉 위험 신호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부 개입 확대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시장격리 발동 빈도 증가로 인한 정부 매입·보관·처분 비용이 누적될 경우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 개입으로 인한 가격 기대로 농가의 자율적 재배 조정 유인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정책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1990년 이후 쌀 소비량은 연평균 2.3% 줄었지만 벼 재배면적 감소율은 1.7%에 그쳤다. 소비자는 비싼 쌀값을 부담하고, 납세자는 세금으로 쌀 매입 비용을 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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