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러 수 늘면서 사건·사고도 증가
호주서는 사기·연락 두절 피해 많아
한국인이 강간·폭행 등 가해 사례도
외국어 실력 향상과 단기 취업 등을 목표로 ‘워킹홀리데이(관광취업)’ 사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 가운데 해외에서 한국인이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사례 역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피해자인 사례뿐 아니라 가해자인 사례도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남구갑)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워킹홀리데이 사증을 받은 사람의 숫자는 2021년 6532명에서 지난해 3만7262명으로 5.7배 증가했다.
이 기간 워킹홀리데이 중 사건·사고를 경험한 피해자는 33명에서 191명으로 5.8배, 가해자는 1명에서 19명으로 19배 늘어났다. 연도별로는 ▲2021년 피해자 33명·가해자 1명 ▲2022년 피해자 44명·가해자 5명 ▲2023년 피해자 170명·가해자 12명 ▲2024년 피해자 101명·가해자 19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외공관에 접수된 민원을 바탕으로 한 통계다.
한국은 올해 8월 기준 27개 국가와 워킹홀리데이 협정 또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워킹홀리데이 사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호주(1만6709건)이고, 캐나다(8467건), 일본(7444건), 영국(1693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급증한 워홀러…사고도 특정국 편중
워홀러 수가 가장 많은 만큼 최근 4년간 피해자·가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 역시 호주였다. 지난해의 경우 호주에서는 104명의 피해자, 9명의 가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사례로는 사기(24명)와 연락 두절(22명)이 가장 많았다. 가해 사례는 강간·강제추행 2명, 폭행·상해 2명 등이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총 118명의 피해자와 6명의 가해자가 발생했다. 71명의 피해자가 보고된 호주에서는 사기 11명, 연락 두절 11명, 폭행·상해 8명 등의 사례가 접수됐다. 가해자는 호주와 영국이 각 2명이었고, 뉴질랜드·캐나다에서도 각 1명이 확인됐다.
한국인 워홀러가 가해자인 나라는 2021년 기준 호주 한 곳이었으나, 최근 중국(홍콩)과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독일 등에서도 가해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형승 법무법인 새로 변호사는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연루되는 사건·사고는 현지 형사절차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까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피해자일 경우에는 현지 법령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를 숙지해야 하고, 가해자일 경우에는 형법과 국제사법 적용 문제, 나아가 귀국 후 재차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이같은 동향과 관련,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사건·사고를 ▲재산범죄 발생 시 ▲재외국민 사망 시 ▲강력범죄 발생 시 등으로 구분해 대응하는 한편, 워홀러 맞춤형 사건·사고 예방 활동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청년들이 해외에서 더 넓은 시야와 다양한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사건·사고 피해뿐 아니라 가해 사례까지 늘어나고, 발생 국가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와 재외공관은 단순한 사건·사고 대응을 넘어 국가별 위험 요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맞춤형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지 경찰·유관 기관과의 공조, 24시간 긴급 지원망 구축 등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 워킹홀리데이가 청년들에게 ‘위험한 기회’가 아니라 ‘안전한 도전’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