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안공항 건설 서울항공청, 방위각시설 보완요구 20년 넘게 묵살했다

5 hours ago 2

무안국제공항 개항 전인 2004년·2007년 둔덕 보완 요구
ICAO 기준에 문제없다며 일축, 개항 전 국토부 요구도 미수용
2011년엔 공항 운영규정서 둔덕 문제를 제한사항서 면제해
시설 개선 골든타임 놓쳐...2차 시설 확장 때 개선 완료 약속만
감사원, 당시 서울항공청 자료 등 확보해 조사 확대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국제공항 착륙 사고 현장. <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국제공항 착륙 사고 현장.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항공청이 지난해 대형 인명사고가 난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이 기준에 미흡하다는 것을 개항 3년 전인 2004년에 이미 인지하고도 장기 개선 과제로 미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직후 국토부는 무안공항 방위각시설의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자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반박한 바 있다.

당시 무안공항 건설 주무관청이었던 서울항공청은 무안공항 개항 전 당시 국토해양부 내 항공안전본부의 관련 시설 보완 요구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개항 전 둔덕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이유를 조사 중이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건설 당시 운영을 맡을 예정이던 한국공항공사는 2004년 8월 국토부 산하 서울항공청에 무안공항 둔덕이 국토부 비행장시설 설치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활주로 말단에서 300m 지점 이내에 방위각시설 둔덕이 존재해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비행장설치기준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안에 항행 장비·시설 외 물체는 장애물로 간주해 제거하고, 경사를 피하거나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사도를 변경할 땐 30m당 2%를 초과하면 안된다.

무안공항은 1999년 12월 착공해 2007년 11월 개항했다. 적어도 개항 3년여 전에 둔덕에 대한 문제 제기를 서울항공청이 인지한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항공청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에 의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기초는 진입등 평면보다 낮게 설치돼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둔덕 문제는 무안공항 개항 직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07년 3월부터 4월까지 정부와 합동 현장조사를 한 한국공항공사는 그해 5월 서울항공청에 방위각 시설의 둔덕 보완을 요구했다.

같은 해 10월 무안공항 공항운영증명 현장 예비 심사에 나선 국토부 항공안전본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서울항공청에 10월 31일까지 비행장시설 설치기준에 적합하도록 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울항공청은 2007년 11월 5일 무안공항 운영규정에 “비행점검 결과 항공기 안전운행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무안공항 2단계 확장 시에 추가 확보하겠다”며 즉시 보완 요구를 일축했다.

무안공항 개항 4년 뒤인 2011년 12월, 무안공항 운영규정 개정 당시엔 경사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방위각시설 둔덕 문제를 제한사항에서 면제하고 무안공항 2단계 확장공사때 개선을 완료하겠다고 수정했다.

그러나 무안공항 개항 후 이용 여객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2단계 확장 사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항공청 관계자는 지난 2004년과 2007년 무안공항 개항 전 둔덕 보완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당 문건을 지난 2000년에 부산항공청으로 이관해 서울항공청에서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부산항공청 관계자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감사원은 개항 전 둔덕 개선 요구를 서울항공청이 수용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확보하는 등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2007년 11월 개항한 무안공항은 연간 10만명 안팎의 여객이 이용하다 2015년 처음으로 30만명을 돌파했다. 2019년 89만명까지 올라갔지만 코로나19로 급락해 2021년엔 7529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이후 세계 공항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무안공항은 지난해 40만명 처리에 그쳤다. 무안공항은 연간 516만 명의 여객을 수용하고, 5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태국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인근 둔덕형 방위각시설과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