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 구조조정 착수
조합 96% 경제사업서 적자
인구감소에 통합 필요성 커져
조합 합치면 파격 인센티브
美日佛은 절반이상 통폐합
농촌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전국 농·축협 조합 구조조정은 주요 선진국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영세화가 농산물 유통과 같은 본연의 경제사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금융업 편중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위농협의 '규모화'가 생존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복수 조합이 합치는 이른바 '광역 합병' 시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증액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통해 개편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10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은 지역농협 합병을 촉진하기 위해 '합병 기본자금 지원 기준'을 개편했다. 기존에는 합병 뒤 남는 조합에 300억원을 지급하고 참여 조합당 100억원을 추가 지원했지만, 합병으로 사라지는 조합당 500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2개 조합 합병 때 지원금은 기존과 같은 500억원이지만, 3개 조합 합병 시에는 기존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4개 조합 합병 때는 기존 7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확대된다. 단순한 1대1 합병보다 여러 조합이 한꺼번에 합치는 광역 합병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농협이 합병 인센티브를 대폭 늘린 것은 단위농협의 경제사업 부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조합당 평균 경제사업 적자 규모는 2020년 11억6000만원에서 2024년 32억5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또 2024년에는 전체 조합의 96%가 경제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농협은 자율 합병을 촉진하기 위한 자금 비용 지원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최고 200억원 한도로 2년간 지원했는데, 개선안은 최고 300억원까지 늘리고 지원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담겼다.
합병 과정에서 조합장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조합장 퇴임공로금인 기본공로금은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였다. 합병 의결이 부결될 경우 재투표 비용 지원이 기존 1회에서 최대 2회까지 확대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위농협 조합장은 단순한 협동조합 대표가 아니라 지역 금융과 경제사업, 예산과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조합이 합쳐지면 조합장 자리가 줄어드는 만큼 그동안 합병 논의가 지역 이해관계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주요국은 농협 조직을 대대적으로 줄였다. 한국 농가 인구는 1990년 666만명에서 2025년 약 198만명으로 70%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단위농협은 1635개에서 1110개로 32.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비슷한 기간 일본과 미국의 농업 협동조합 수는 각각 85.3%, 64.7% 감소했다. 대표적 농업 강국인 프랑스도 58.6% 줄어들었다. 주요국이 조합 통폐합을 통해 규모화에 속도를 낸 것과 달리 한국은 농업 인구 감소 속도에 비해 조합 수 감축이 더뎠던 셈이다. 일본은 대규모 합병을 통해 지역 단위 농협을 광역화했고, 미국과 프랑스도 농산물 유통·가공·판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동조합 대형화가 진행됐다.
농·축협 조합 통폐합은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출범한 민관 합동 기구인 농협개혁추진단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농협 2차 개혁안'에서도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단위농협 통폐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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