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내달초 계획…“상반기 발간도 불투명”
北핵-미사일 고도화에도 국방정책 차질 우려
국방부가 다음 달 초 펴낼 예정이던 ‘2024 국방백서’의 발간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올 상반기 중 발간 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수장인 국방부 장관이 모두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으로 국방백서의 정상적 발간 절차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년 주기로 발간되는 국방백서는 국민적 안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국방 가이드 라인’이다. 특히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최신 실태를 평가하고, 일본 방위백서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 등에 대응하는 ‘정부 공식 문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방백서의 발간이 연기되면서 이같은 국방정책 수립과 정책적 대응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동아일보 취재를 조합하면 국방부는 ‘2024 국방백서’의 발간 시기를 다음 달 초에서 올 상반기 중으로 연기했다. 군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올 상반기 내 (국방백서의) 발간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했다.주된 이유는 군 통수권자와 국방수장의 동시 구속을 초래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의 후폭풍 때문이다. 통상 국방백서는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검토와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거쳐 국방부 홈페이지에 실리고, 책자 형태로 발간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지금은 국방백서의 정상적인 검토 및 발간 절차를 밟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방부 관계자들 다수가 비상계엄 사태 관련 조사를 받다 보니 국방백서 제작을 비롯한 국방분야 업무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국방백서는 2023년 2월 초에 펴낸 ‘2022 국방백서’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백서이기도 하다. 2022 국방백서는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기존 50kg에서 70kg으로 늘어났다고 기술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종류도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등 7종의 신형 미사일을 추가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2월 초에 발간된 ‘2020 국방백서’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평가를 최신화한 것.
그 이후로도 2년간 북한은 화산-31형 전술 핵탄두와 핵어뢰, 화성-18·19형 신형 고체연료 ICBM,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잇달아 개발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올인(다걸기) ’해왔다.군 안팎에서는 북한 핵 위협의 심각한 진전 실태를 ‘2024 국방백서’에 적기에 반영함으로써 국민적 안보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방 안보전략 및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국방백서 발간이 연기되면서 이런 정책적 구상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7월 발간한 ‘2024년판 방위백서’에서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기술하면서 20년째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바 있다. 군은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에 독도 수호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일본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대응해 왔지만, 올해는 백서 발간이 연기되면서 이같은 정책적 기조를 견지하기 힘들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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