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DI, 환경미화-일반 노조 분리교섭해야”… 중노위, 재심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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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뒤 公기관 교섭요구 봇물
“연봉-승급체계와 근무형태 달라”… 원청노조의 분리교섭 필요성 인정
민간 하청노조도 재심 신청 움직임… “원하청 노조, 분리교섭 요구 거셀듯”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환경미화원 노조와 연구직 등 일반 노조와 각각 따로 개별 교섭을 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노사가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한 사안을 두고 중노위가 재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KDI의 환경미화 노조와 일반 노조는 모두 원청에 소속된 노조이지만, 고용 형태와 근로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향후 하청 노조들의 분리 교섭 판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공 부문 공무직 노조의 교섭 요구가 거세지는 데다 민간 부문에서도 지노위 판정에 불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원·하청 노조를 가리지 않고 중노위 재심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고용 형태, 근로 조건 달라” 분리 교섭 인정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17일 KDI의 환경관리 노조가 제기한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였다. KDI가 연구직 등으로 구성된 기존 노조와 환경관리 노조와 각각 따로 교섭을 해야 한다는 결정이다. 환경관리 노조는 “일반 직원과 연봉·승급 체계가 다르고 조기 출근 등 근무 형태도 다르다”며 “연장근로수당 등 주요 현안에서 기존 노조가 실질적으로 대변하지 못했다”며 분리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DI는 “환경관리 근로자도 일반 근로자와 임금 상승률이 같고, 인사상 규정도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다”며 분리 교섭의 필요성을 부인했다.

이를 두고 환경관리 노조는 올 1월 충남지노위에 분리 교섭을 신청해 2월 인용 결정을 받았다. 충남지노위는 판정문에서 “일반직 근로자와 환경관리 공무직 근로자는 근로 조건이나 고용 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하나의 교섭 단위로 구성하면 공무직의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며 환경관리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KDI가 지난달 20일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 판단도 같았다.

KDI는 앞서 2020년 비정규직이던 환경관리 공무직 근로자를 직접 고용했고 이에 따라 2개의 노조가 만들어졌다. 한 사업장에 노조가 여러 개인 경우 원칙적으로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에 따라 대표 노조를 정해야 하지만, 당사자의 신청으로 노동위가 교섭 단위 분리를 결정할 수 있다.

● “원·하청 노조 모두 개별교섭 요구 거세질 것”

이번 판단은 원청 노조와 관련된 사안이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의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공무직 등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분리 교섭을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공무직 근로자의 교섭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 지방노동위가 잇따라 하청 노조에 대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정부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법적 보완까지 시사한 상황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사용자성을, 책임을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중노위 판단은 향후 하청 노조의 재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 SK에너지, 고려아연 등 민간 부문에서 분리 교섭을 인정받지 못한 하청 노조들은 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들이 속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분리 교섭 신청이 기각된 뒤 17일 이에 반발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위의 판단 기준이 하청 노조뿐만 아니라 원청 노조의 분리 교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앞으로 원·하청 노조 모두 분리 교섭을 요구하는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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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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