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이 시행 7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를 통한 실질적 소비자 권익 회복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래 레몬법은 반복적으로 고장 나는 자동차·전자 제품 구매자에게 보상해 주기 위해 제정된 미국 법이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에서 동일한 하자가 반복되거나 장기간 수리가 필요할 경우 소비자가 차량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1월부터 시행된 제도는 자동차관리법 제47조3(하자의 추정)을 근거로, 출고 1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2만km 이하인 차량에 적용된다. 분쟁 발생 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통한 중재 절차를 거치며 이 중재 결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특징이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중재사건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중재 완료된 1278건 중 소비자 권익이 보호된 비율은 30.4%에 그쳤다. 이후 ▲2022년 39.3% ▲2023년 44.4% ▲2024년 46.8% ▲2025년 6월 기준 53.6%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만 놓고보면 두 대 중 한 대 이상으로 교환·환불이나 금전 보상·추가 수리 등 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반복 수리에도 동일 하자가 발생한 경우와 안전 관련 문제가 확인된 차량은 교환이나 환불 결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는 단순한 불만이나 일회성 고장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중재를 기각하는 등 무리한 요구는 철저히 걸러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실제로 지난해 전기차를 구입한 B씨는 배터리 냉각장치 고장으로 충전 중단 및 에어컨 냉기 부족 증상이 한 차례 발생해 수리를 받았다. 이에 차량 인도 6개월 이내 발생한 고장이므로 차량에 처음부터 결함이 있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해당 하자가 재발하지 않았고, 차량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환불 청구를 기각했다. 이 같은 사례는 레몬법이 단순한 불편이나 일회성 문제까지 모두 보장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반복성과 중대성이 충족될 때만 실질적인 권리 구제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용 기간·입증 책임을 현실화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레몬법 적용 기간을 12~24개월로 두고 있다. 주행 거리 기준은 1만9300~3만8600km로, 우리나라의 1년·2만km 기준보다 더 넓은 보호 범위를 갖고 있다.
특히 자동차 결함은 출고 후 1~2년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국내 레몬법 적용 기간과 거리 기준 역시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는 차량 인도 후 6개월이 지나면 소비자가 스스로 차량 결함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 구조가 고도화되고 고장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현실에서 일반 소비자가 하자를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하자 추정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레몬법 적용 기간 내에는 제조사가 차량에 하자가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소비자가 정확한 법 적용 요건을 인지하고, 제조사는 중재 결정을 존중하며 책임 있게 이행하는 것이 한국형 레몬법 제도 안착의 핵심 ”이라며 “정부도 신기술 차량의 고장 진단 기준 마련과 수입차 서비스 인프라 확충, 소비자 대상 정보 제공 강화 등 제도 보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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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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