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시점에 카카오 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계열사 9곳의 입금·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카카오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진용을 재정비한 당일 노조가 총파업을 dP고하면서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크루유니언은 26일 오전 카카오 정기 주총이 열린 제주 본사 스페이스닷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단협 일괄 결렬을 선언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카카오 노동조합 설립 이래 최초로 임단협 일괄 결렬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페이는 임단협이 모두 결렬됐다. 카카오뱅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케이앤웍스·카카오VX는 임금 교섭이, 디케이테크인·카카오게임즈는 단체협약 교섭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크루유니언은 "카카오공동체 직원들 성과에도 일방적으로 성과격려금을 통보하고 낮은 보상 수준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게 됐다는 것.
크루유니언은 포털 다음(Daum)을 맡는 콘텐츠CIC 분사와 카카오VX 매각도 반대하고 있다. 이날 콘텐츠CIC 분사 반대 기자회견은 제주 본사에서, 카카오VX 매각 반대 기자회견은 경기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진행됐다.
크루유니언에 따르면 콘텐츠CIC 분사는 해당 조직 구성원 300여명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CIC와 업무적으로 연관된 케이앤웍스 200여명,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검색 담당자 120여명, 디케이테크인 40여명과 제주 공동체 인원 70여명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콘텐츠CIC 분사를 제주 지역사회 문제로 확장하기도 했다. 서 지회장은 "이번 다음 분사 결정으로 고용에 영향을 받는 인원은 약 800명이고 이 중 제주 근무자는 약 300명"이라며 "카카오라는 회사의 의사 결정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 지역사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크루유니언은 콘텐츠CIC 분사도 매각의 일환으로 판단했다. 서 지회장은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 지회장도 제주 기자회견에서 연대 발언을 통해 "적어도 IT 업계에서 분사와 같은 경영상 큰 결정은 구성원들의, 즉 구성원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을 반드시 설득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안세진 크루유니언 조합원은 다음 합병 당시 경영진이 '다음과 카카오는 연애 결혼을 한 것'이라던 발언을 언급하면서 "국내 2위 포털로서 다시 도약하기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분사 이후) 매각 계획은 아예 없다. 지금 생각하는 절차는 (직원들의) 의향을 묻고 이동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 대표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두 카카오 본사에 남고 싶다고 했을 때 그렇게 될 수도 있다"며 "1년 정도로 기간을 잡고 노력한다면 분사 전보다 훨씬 사업 수익이 잘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김 창업자가 최근 암 진단을 받아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난 '총수 공백' 상태다. 여기에 카카오 주요 계열사들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달만 해도 검찰이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엔 콜 몰아주기 등으로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를 압수수색했다. 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 창업자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재판에 넘겨졌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뒷광고가 적발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카카오는 이날 주총을 열고 이사회 진용을 갖추는 등 전열을 재정비했다.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장이 일신상 사유로 내려놓은 사내이사직을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어받았다.
경영상 리스크를 사전 예방하고 카카오 준법경영을 강화할 선봉엔 감사위원을 맡는 사외이사로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를 전면에 세웠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김 창업자 없이 단독 의장으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이끌게 된다.
하지만 크루유니언이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으로 경영상 리스크에 따른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크루유니언은 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거쳐 다음 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쟁의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