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이정은은 그해 신인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2017시즌에는 사상 처음 6관왕에 올랐다. 2017~ 2018년 두 시즌 동안 6승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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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이 지난달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파운더스 컵 2라운드에서 미소를 지으며 이동하고 있다.(사진=AFPBBNews) |
워낙 뜨거운 경기력에 KLPGA 투어 시절 그의 별명은 ‘핫식스’였다. 뜨겁다는 뜻의 ‘핫’과 ‘이정은6’의 ‘식스’가 더해진 것. 여기서 ‘이정은6’는 투어 등록명인데, 동명이인이 많아 KLPGA의 6번째 이정은이라는 뜻이다.
그는 2018년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Q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해 미국 무대에 입성했고, 2019년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까지 제패해 신인왕에 올랐다.
영원할 것 같았던 탄탄대로는 2020년부터 꺾였다. 지난해까지 기다리던 2승은 나오지 않았고, 성적도 점점 떨어졌다. 2019년 신인 시즌 3위에 올랐던 그의 상금 랭킹은 △2022년 42위 △2023년 75위 △2024년 113위로 뚝 떨어졌다.
최근 아디다스 골프화 신제품 론칭 행사에서 만난 이정은은 재기를 다짐했다. 그는 “올해가 LPGA 투어 마지막 시드다. 코치, 구질 등 많은 걸 바꾸면서 훈련에 열중했다”며 “CME 랭킹 60위 안에 들어 시즌 최종전에 출전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밝혔다.
레슨 코치 하려 시작해 US여자오픈 ‘제패’
이정은은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채를 손에 잡는 일반적인 프로 선수들에 비해 한참 늦었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그는 레슨 코치로 돈을 벌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
시작이 늦었던 탓에 아마추어 시절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체육대학교 시절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내세울 만한 커리어는 아니었다. 엘리트 여자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 입학 전에 프로로 전향하기 때문이다. 이정은은 2016년 KLPGA 투어에서 신인왕에 오르면서 관심받기 시작했다.
이정은은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때 지금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마이너스에서 시작해 최고 권위의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했으니 엄청 성공한 것”이라며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그때만큼 힘들진 않다.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며 ‘다시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인다. 힘든 시기를 견디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올해로 벌써 투어 10년차, LPGA 투어 7년차를 맞았다. 사실 KLPGA 투어 3년차였던 2018년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다고 한다. 한국에선 좋은 성적이 유지돼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성적이 하락하고 자신감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정은은 “LPGA 투어 2, 3년 차 때 코치 없이 혼자 연습하면서 증세가 더 심해졌다.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시간이 수 년 걸리고 있다. 연습 때 아무리 잘 쳐도 대회에서 성적이 나야 진짜 자신감이 생긴다. 연습한 걸 경기 중에도 구현하는 것에 가장 신경쓰고 있다. 긴장감이 있는 상황에서는 아직 ‘미스 샷’이 나와서 실전 감각을 빨리 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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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이 지난달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파운더스 컵 3라운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 |
낮아진 탄도 높이는 연습에 주력
이정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제임스 오 코치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낮아진 탄도를 높이는 연습에 주력했다. 그는 “최근에 스윙 궤도가 틀어져 공이 낮게 날아가던 상태였다. 미국 투어는 그린이 딱딱해서 런이 많이 발생한다. 아무리 똑바로 쳐도 핀 뒤 15m까지 공이 굴러가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며 ”그린에 공을 세우려면 높게 쳐서 스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의 탄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탄도 연습을 하다 보니 방향도 자연스럽게 잡혀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올해가 LPGA 투어 시드를 가진 마지막 해다. 2019년 US 여자오픈을 제패해 5년 시드를 받았고, 첫해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성적으로 올해 시드까지 확보했다. 그는 “2025년은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 시드 압박을 느낄 정도”라면서 “우승과 함께 (각 대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한 시즌 순위를 매기는) CME 랭킹 60위 안에 들어서 최종전에 나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정은은 “제가 나가고 싶은 대회에 자격이 안 돼 출전을 못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골프에 대한 시야와 이해도가 넓어진 게 성과다. 그는 “한국에선 공을 잘 치긴 했지만 골프가 뭔지 몰랐다. 하라는 대로 했고 연습양으로 좋은 스코어를 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경기 운영을 할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됐다.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성숙해졌다. 공을 똑바로 치는 기술이 없어져서 성적이 나지 않지만 골프 자체로만 보면 오히려 더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오면 골프가 많이 늘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이정은은 “한국에서는 나무 밑에서 샷을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미스 샷’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공이 비뚤게 간 거니까. 하지만 미국에 오니 나무 밑에서 치고 세이브하는 게 골프라는 걸 깨달았다. 한국 선수들은 스윙이 좋아야 하고, 똑바로 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저도 그랬다. 강박과 갇힌 틀에서 벗어나 골프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페블비치같은 좋은 골프장에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고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아디다스골프의 신제품 골프화 아디제로 ZG도 이정은에게 큰 도움이 된다. 앞서 2개 대회에서 아디제로 ZG를 신고 경기에 나섰던 이정은은 “골프화가 무거우면 라운드 중 피로도가 많이 쌓이기 마련”이라며 “아디제로 ZG는 접지력, 안정성에 무게도 매우 가벼워 라운드 때 걷는 게 편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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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이 지난 11일 열린 아디다스골프 신제품 아디제로 ZG 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아디다스골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