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날아가는데 왜 우리만'…삼성SDI 개미들 '눈물'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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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인터배터리 유럽 2025' 부스 조감도. 사진=삼성SDI

삼성SDI의 '인터배터리 유럽 2025' 부스 조감도. 사진=삼성SDI

2차전지 관련주가 7월 한 달 동안 가파르게 반등한 와중에 삼성SDI는 소외되는 흐름을 보였다. 유럽에선 중국산 배터리에 밀려 점유율을 빼앗기고, 미국에선 보조금이 사라지기도 전에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에 2분기 실적이 증권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3분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성SDI는 전날보다 5.47% 하락한 1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 급락 여파로 2차전지 관련주 주가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삼성SDI의 낙폭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2.48%)의 2배 이상이었다.

상승장이었던 7월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한 달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이 28.79% 상승했고, 삼성SDI의 오름폭은 16.32%에 그쳤다.

두 회사의 공급망에 포함된 종목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의 양극재 공급 비중이 큰 엘앤에프는 7월 한 달 동안 42.6% 상승했다. 반면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으로의 양극재 공급이 주력인 에코프로비엠은 10.44% 오르는 데 그쳤다.

희비가 엇갈린 배경은 실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삼성SDI는 예상보다 큰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2분기 매출 3조1794억원, 영업손실 397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직전 집계된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410억원 적자였다. 예상보다 적자 규모가 65%나 컸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형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매출은 증가했지만, 중대형전지의 경우 유럽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과 북미 고객사의 수요 둔화 영향으로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수익성의 경우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증가, 미국으로 수출한 ESS 제품의 관세 영향으로 대규모 적자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미 지역 주요 고객사인 스텔란티스의 부진이 뼈아팠다는 평가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의 감세법안(OBBBA)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위축을 걱정하기도 전에, 스텔란티스의 신차 수요 부진으로 합작공장이 이미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3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가동 중단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며 “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조기에 폐지되고 관세 확대로 원가 부담 및 판매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져,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권준수 연구원은 “최근 유럽 시장에서 중저가 전기차 모델의 판매 증가로 주요 고객사의 공급망에서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점유율 방어 및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삼성SDI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570억원 적자다. 하지만 2분기 실적 리뷰(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이 새롭게 제시한 추정치 상당수의 적자 규모가 3000억원 이상이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삼성SDI 목표주가를 각각 24만원으로 하향했다. 기존엔 키움증권은 26만원을, 한화투자증권은 25만원을 제시하고 있었다.

반면 NH투자증권(22만원→26만원), 미래에셋증권(26만원→28만원), 삼성증권(22만원→24만원), 다올투자증권(22만원→25만원)은 목표주가를 올렸다. 목표주가 산정에 반영되는 실적 기간을 내년까지 확장한 결과다. 중장기적으로 실적 회복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우선 미국에서의 ESS 사업이 실적 회복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의 라인 전환을 통해 북미 지역 ESS 시장 진입을 진행하고 있다”며 “2027년 북미지역에서의 ESS 출하량을 15기가와트시(GWh)로 가정하면 매출액은 3조원을 올리고 AMPC는 9000억원을 수령할 수 있다. AMPC를 포함한 영업이익률은 35%”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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