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 지지율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현상)'가 발생하면서 여권 내 민심 지형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진보 진영의 핵심 스피커인 방송인 김어준 씨가 사흘 연속 청와대를 향해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는 첫 번째 위기"라고 경고한 가운데, 청와대가 일주일 뒤인 7월 1일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오찬 일정을 이례적으로 조기 발표하며 정국 수습에 나섰다.
김어준씨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청와대의 이번 오찬 회동 결정을 두고 "위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린 적시의 반응"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 같아 그 자체로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자신의 방송에서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지지율 추락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통상의 하락과 달리 '코어(핵심)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어 지지층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라고 정의했다.
민주당은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분위기인 반명, 친청(친정청래)계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진영에서는 정청래 전 대표를 미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쟁이 거칠어지는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은 구주류를 향해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 연합이라는 멸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런 갈등은 정 전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했을 때도 나타났다. 김씨는 최근 여권 내 이 대통령 열성 지지층('뉴이재명') 세력이 친문·올드 진보 인사를 '문조털래유' 연합이라 멸칭하며 배척하는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여론조사 상의 착시를 지적하며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31%, 문재인 전 대통령이 9%가 나오니 뉴이재명 측은 문 전 대통령을 만만하게 보는 착각을 한다"며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유가족의 '상주(喪主)' 격으로, 두 사람은 지지층에게 정서적으로 '엄마, 아빠'와 같은 한 가족이자 한 묶음"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주 진영과 이 대통령을 지탱하는 핵심 코어 지지층이 바로 이 40%에 달하는 '노무현·문재인' 지지층"이라며 "인기 없다고 착각해 친문을 때린 행위는 결국 영문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당한 40%의 코어를 통째로 흔들었으며, 이것이 최근 지지율 낙폭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김씨가 언급한 조사는 한국갤럽이 2024년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1777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을 물은 결과(자유응답)다. '노무현'(31%), '박정희'(24%), '김대중'(15%) 등 세 명이 전체 응답의 70%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문재인'(9%), '윤석열'(2.9%), '이승만'(2.7%), '박근혜'(2.4%), '이명박'(1.6%), '김영삼'(1.2%), '노태우'(0.4%) 순으로 조사(표본오차: ±2.3%포인트(95% 신뢰수준)됐다.
다만 김씨의 주장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에서 "1000개, 2000개 여론조사 샘플에서 코어 지지층이 따로 보이느냐. 저는 보이지 않는다고 본다"며 김씨의 분석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는 뉴이재명 세력이 주장하는 인적 쇄신과 외연 확장 셈법에 대해서도 "기본 셈법이 안 되는 자해 행위"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는 "원래 문재인을 싫어했던 중도나 약보수를 유입시키기 위해 친문을 쳐내면 외연이 확장된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은데, 집안의 기둥이 흔들려 집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새로 유입될 중도는 없다"면서 "코어가 흔들리면 새로 오려던 이들도 떠나간다"고 경고했다.
이번 청와대의 신속한 정무적 대응 배경에는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도 자리 잡고 있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 이후 강성 당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문 전 대통령 초청 카드로 지지층에 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동시에 전당대회 출마 예정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날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정부 최종 입장으로 정리하며 당내 강경파의 요구를 수용한 점에 대해서도 김씨는 "검찰을 당황하게 만든 득점하는 한수"라며 "전당대회에 누가 나가든 제대로 하는 경쟁은 좋은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극단적 지지층의 '친문 배척' 노선에 선을 긋고,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전통적 코어 지지층을 지키는 '원팀' 정통파 노선을 선택하면서 8월 전당대회를 둘러싼 여권 내 역학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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