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8%로 대폭 하향했다. 종전의 1.5%의 절반 수준이다. 1분기 크게 악화된 소비심리가 2분기 들어서도 부진이 계속된 영향이다. 수출 역시 강화된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을 밑돌 것이란 관측이 반영됐다.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 역시 관세정책에 따라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9일 5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0.8%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주된 이유도 현실화된 저성장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은은 이번 2분기 성장률도 당초 예상인 0.8%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건설현장 사고, 기상악화, 대형 산불 등이 이례적으로 겹친 것이 주된 하향 조정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하반기 성장률은 3분기 0.7%, 4분기 0.6%, 내년 1분기 성장률 전망은 0.3%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내렸다.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단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다. 한은은 관세 유예기간 동안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무역 협상이 완만하게 진행될 경우 국내 성장률이 기본 전망 대비 0.1%포인트(P)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미·중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0.1%P 추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의 경우 하방 압력이 0.4%P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쳤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이번 관세 관련 무역협상이 현재의 유예된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부품 품목관세 25%가 유지되고 반도체, 의약품 등은 하반기 10% 부과 후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해 수출 영향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발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끝)](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29/rcv.YNA.20250529.PYH2025052911530001300_P1.jpg)
특히 이 과정에서 자동차와 철강 분야를 중심으로 단기적인 수출 감소 뿐만이 아니라 미국으로 생산 기지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장기적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하반기 추가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단기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