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생 초선' 국회의원인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3 대선 패배 이후 위기에 놓인 당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벌써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을 향해 '월권'이라는 등 화살이 날아들고 있지만,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쇄신을 완수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9일 한경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후보 교체 사태 당무감사 등 강공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이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온 당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켜냈던 당인데, 누가 당을 이렇게까지 망쳐놓은 거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새 지도부 선출 전 당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려는 이유를 묻자,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 '줄서기 정치'를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제시한 5대 개혁안 중 당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상향식 민주주의'(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여러 개혁안을 던졌지만, 강조하는 정치 아젠다는 '상향식 민주주의'다. 공천권을 권력자가 행사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만약 이번에 지방선거 공천권을 시민과 당원께 드리지 않고 전당대회를 치르면, 당원을 몇천명씩 움직이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또 당 대표 선거에 줄을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줄 서는 정치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 시절 같은 사례가 나온 것이다. 공천받지 못할 것 같아 윤 전 대통령에게 바른말 못했고,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인 선택도 아무도 못 막은 것 아니냐"며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그 지역 유권자들을 무서워해야지, 대통령이나 당 대표를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옛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 일부에서 본인의 당 개혁 드라이브를 두고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개혁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부터 답해달라. A를 물어보면 A를 답해야 하는데, B를 말하고 있다"며 "찬성한다면 부디 도와달라"고 지적했다. '9월 임기 연장을 추진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언론의 해석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교체 파동 진상 규명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 5대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당원들이 피땀 흘려 지킨 자유민주주의 국민의힘이 망하는 것을 살려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 개혁뿐만 아니라,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를 향한 강공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전날에는 이 대통령을 향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과 불법 대북 송금 혐의 재판을 받을 건지 답해 달라"고 공개 질문을 던졌고, 이날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주요 사건 변호를 맡아온 이승엽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포함된 데 대해 "국가 사법부의 품격을 실추시킬 것"이라고 압박했다.
제1야당 사령탑으로서 당내 개혁과 정부·여당 견제를 동시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90년생 초선 김 위원장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개인의 정치적 목적이 아닌 당이 정말 이러다가 몰락할 것 같다는 위기의식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