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칩’ 10년 작동… ‘머스크의 꿈’ BCI 상용화 눈앞

1 day ago 3

AI 기반 BCI 기술 안전성 확인
루게릭병 환자에 미세전극 칩 이식… 단어-문장, 환자의 목소리로 복원
손 감각과 연관된 뇌 부위에도 적용… 로봇 손 움직일 때 감각 느낄 수도

목소리를 잃은 환자의 음성을 복원하고 감각을 잃은 환자의 촉각을 되살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목소리를 잃은 환자의 음성을 복원하고 감각을 잃은 환자의 촉각을 되살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일상에서 장기간 환자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환자의 생각을 음성으로 복원하는가 하면 마비 환자의 촉각을 되살린 BCI 기술이 10년 동안 안전하게 작동한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BCI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컴퓨터가 읽고 로봇팔, 컴퓨터 마우스 커서 등을 제어하거나 반대로 컴퓨터가 만들어낸 전기 신호를 뇌에 전달해 감각을 느끼거나 정보를 얻도록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가 BCI의 대량생산 계획까지 공개하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다.

● 생각을 목소리로 복원하는 AI 기반 BCI 기술

1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인공지능(AI) 분야 수상작 섹션’에는 세르게이 스터비스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신경외과 교수 연구팀의 ‘음성 신경보정술’ 연구가 소개됐다. 스터비스키 교수 연구팀은 뇌 신경 활동을 실시간으로 문장 및 음성으로 변환하는 BCI 기술인 음성 신경보정술 연구로 ‘천 인스티튜트·사이언스 AI 가속 연구상’ 2026년 수상자가 됐다.

천 인스티튜트·사이언스 AI 가속 연구상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와 톈차오·크리시 천 연구소가 AI 분야에서 과학적 성과를 낸 젊은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연구팀은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질환인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정상적인 말하기 능력을 상실한 환자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복원하는 AI 기반 BCI 기술을 개발했다. 임상에 참여한 45세 루게릭병 환자는 대뇌 피질 중 음성 생성과 관련된 영역 세 곳에 침습형 BCI의 미세전극 칩 256개를 이식받았다.

환자가 말을 하려고 시도할 때 미세전극 칩으로 전달되는 뇌 신경 신호는 딥러닝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39개 음소(음성의 최소 단위) 형태로 해독됐다. AI 언어 모델은 음소 배열을 단어와 문장으로 재구성하고, 텍스트-음성 변환(TTS) AI 시스템은 환자가 병에 걸리기 전 녹음했던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 단어와 문장을 환자의 목소리로 복원했다. 연구팀의 기술이 적용된 첫날, 루게릭병 환자는 50개로 제한된 단어 중 필요한 단어를 생각했고 AI는 99.6%의 정확도로 환자의 생각을 맞혔다. 적용 둘째 날에는 단어를 12만5000개로 크게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90.2%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후 AI는 반복된 학습으로 97.5%의 정확도에 이르렀다.

환자의 생각이 스피커로 출력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30ms(밀리초)에 불과했다. 환자는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고 화상 회의를 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등 컴퓨터를 제어하게 됐다. 심지어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전일제 직장 생활도 시작했다.

연구팀은 “AI 발전으로 더욱 복잡한 뇌 신호를 해독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고성능 목소리를 만드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 ‘뇌 칩’ 10년 내구성 확인… BCI 장기 안전성 입증

손 감각이 없는 척수 손상 환자가 촉각을 느끼도록 만드는 BCI 기술의 장기 안전성도 증명됐다. 로버트 곤트 미국 피츠버그대 재활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척수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뇌 부위 중 손 감각과 연관된 부위에 미세전극 칩을 심어 환자가 로봇 손을 움직일 때 감각을 느끼도록 만드는 BCI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1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했다.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은 성인 남성 환자 5명이 연구팀의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대뇌 피질 중 손 감각을 담당하는 영역에 미세전극 칩을 심고 환자들의 뇌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보내 촉각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피하 미세자극 기술’을 개발했다.

각 환자는 3∼10년간 미세전극 칩을 이식받은 상태로 생활했다. 시간이 흘러도 로봇 손을 움직일 때 찌릿하거나 누르는 것 같은 촉각이 계속 유지됐다. 촉각이 일어나는 위치도 거의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도 입증됐다. 연구팀이 환자의 머리에 심은 미세전극 칩을 확인한 결과 손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환자의 뇌 역시 손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뇌 감염, 뇌출혈, 발작 등의 심각한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전기 자극이 끝났는데도 몇 초간 감각이 이어지는 부작용 사례는 있었다. 다만 2만3000번 자극하면 1번 정도 나타날 정도로 드문 부작용 사례다. 감각이 지속되는 시간은 10초 미만으로 짧았다.

연구팀은 “뇌에 칩을 심어 감각을 복원하는 기술은 10년이 지나도 안전하며 실용적이라는 점이 증명됐다”며 “BCI가 손상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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