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IT(잇)다] 그린씨드 “유통 관리 플랫폼으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데이터 기반 농업 구축할 것”

19 hours ago 6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강형석 기자]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전통적인 농업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활용해 수확하고 재배하는 데이터 농업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데이터 농업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농업 생산성과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차세대 농업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농업 데이터는 소비자와 유통시장을 이어주는 매개로도 쓰인다. 생산지, 생산량, 품종, 품질 등 농산품 정보가 기록되기 때문이다.

조국래 그린씨드 대표 / 출처=IT동아

조국래 그린씨드 대표 / 출처=IT동아

그린씨드는 종합 농업 서비스를 연구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종자에서 생산까지, 수확에서 소비까지 농산물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S2T(Seed to Table)’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S2T 플랫폼을 구축하면 기후에 따라 변동성이 큰 농수산물 시장에 예측 및 투명성을 확보하고 ‘건강한 농업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조국래 그린씨드 대표를 만났다.‘기술과 데이터’로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하고 싶어

“우리나라는 농산물 생산량 10%만 많아져도 가격이 폭락하고, 10%만 적어도 가격이 폭등하는 구조입니다. 정부에서 농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많이 고민하지만 유통은 민간 영역이라 한계가 있죠. 이런 수급 불안정 문제를 기술과 데이터로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조국래 대표는 농업 시장의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확실성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에 그린씨드를 창업했다. 농업 시장의 문제가 한국 농업 생태계를 관통하는 구조적 문제로 봤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국래 대표가 선택한 건 농업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 구축이다. 농산물을 중개하거나 특정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외에 종자 선택, 재배 방식, 수확 후 관리, 최종 유통 및 브랜딩 등 모든 단계의 데이터를 쌓아 농업 시스템을 최적화하겠다는 것이다.

조국래 대표는 농업 생태계 데이터 축적에 필요한 품종을 찾았고 그 중에서 수박이 눈에 띄었다. 수박은 한 포기에 한 개만 열리는 특성이 있어 식재된 모종 수만 파악하면 전체 생산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재배 기간도 90일~100일이면 끝나기 때문에 재배 주기 예측이 가능하다. 데이터 기반의 수급 예측 모델을 검증하기에 최적의 작물인 셈이다.그린씨드는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과 고부가가치 품종 확보 등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쏟았다. 첫 번째 경쟁력은 ‘고상 재배(Elevated Cultivation) 장치’다. 전통적인 바닥 재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재배 장치다. 고상 재배 기술의 장점은 ‘밀식 재배(Dense Planting)’를 통해 면적당 생산성을 크게 높인 데 있다. 조국래 대표는 “통상 200평 규모 하우스에 수박을 450주 정도 재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린씨드의 고상 재배 장치는 두 배에 가까운 800주 이상 재배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기에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

고상 재배 장치로 재배 중인 수박의 상태를 확인 중인 조국래 대표 / 출처=그린씨드

고상 재배 장치로 재배 중인 수박의 상태를 확인 중인 조국래 대표 / 출처=그린씨드

고상 재배 기술은 노동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무거운 수박을 허리 높이의 틀 위에서 키우기 때문에 사람이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수정, 약제 살포, 수확 등 고된 작업을 편하게 수행할 수 있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므로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일반적인 수박 재배는 농부의 자부심과 맞물려 10kg이 넘는 큰 상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조국래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개인화된 현대 소비 시장에서는 처리가 부담스러운 크기다. 그린씨드는 수박이 가장 높은 가격을 받는 7~8kg 크기로 균일하게 자라도록 유도한다. 이는 시장 수요에 맞춰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조국래 대표는 그린씨드 고상 재배 기술의 비용적 이점도 강조했다. 현재 고상 재배 장치는 자동화 설비라는 장점이 있으나 200평 하우스 기준 2000만 원 정도로 비싸고 대과종 수확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그린씨드 고상 재배 장비는 불필요한 설비를 적용하지 않아 비용을 6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대과종 수확에 집중했다. 경제성과 수익성에 집중한 결과, 2025년에 전국 8개 농장에 시범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그린씨드의 독점 품종인 하미과(좌) / 출처=그린씨드

그린씨드의 독점 품종인 하미과(좌) / 출처=그린씨드

두 번째 경쟁력은 ‘하미과’라는 독점 품종 육성이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이 원산지인 고급 멜론으로 아삭한 식감에 달콤한 과즙이 특징으로 꼽힌다. 그린씨드는 10여 가지 품종을 들여와 다양한 재배 방식을 적용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한국인 입맛에 맞는 상품을 완성했다.하미과도 1인 가구 시장을 겨냥해 재배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멜론은 흔히 2kg~4kg 내외지만, 하미과는 1kg~1.5kg 수준에서 수확된다. 조국래 대표는 “품목에 대한 시장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구사해 농가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하미과는 다른 품종과 다른 전략을 취한 점도 눈에 띈다. 씨앗이 아닌 모종(육묘)을 보급한다는 정책을 쓴 것이다. 조국래 대표는 “모방, 무단 증식을 막고 하미과의 전체 재배 수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모종 보급 방식을 채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생산자, 소비자, 유통업자 모두를 위한 데이터 농업

그린씨드가 개발한 고상 재배 장치와 하미과 멜론 등이 사업 성장을 위한 코어 근육이라면 ‘유통 관리 플랫폼’은 사업의 중추신경계를 담당한다. 유통 관리 플랫폼은 소비자, 생산자, 유통업자 등 세 주체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투명한 생태계 조성이 목표다.

소비자 관점에서 유통 관리 플랫폼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 조국래 대표는 ‘투명한 정보 제공’을 꼽았다. 현재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수박이 언제 수확되었는지, 어떤 품종인지, 심지어 맛에 영향을 미치는 뿌리(대목)가 호박 대목인지 박 대목인지조차 알 수 없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치에 상응하는 정보를 얻고 더 이상 복불복에 의존하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박이 농장에서 수확된 후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여정도 파악이 어렵다. 산지에서 선별과 1차 경매를 거치고,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으로 이동해 2차 경매를 본 뒤, 중도매인을 통해 대형마트 등으로 납품되는 과정에서 최소 2~3일, 길게는 4~5일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생산 정보는 대부분 소실되고 신선도를 위해 꼭지를 자르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린씨드 유통 관리 플랫폼은 유통의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남겨 투명하게 제공된다.

유통 관리 플랫폼이 생산자(농업인)에게는 불리한 계약을 막는 방패가 된다. 수박 같은 박과류 시장에 만연한 ‘포전 거래(밭떼기)’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포전 거래는 수확량이 아닌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가격을 미리 정한다. 시장 가격이 폭등해도 농부는 계약된 가격 외에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유통업자가 시세를 핑계로 수확을 미루거나, 품질이 낮다는 이유를 대며 막판에 가격을 후려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생산자는 다음 작기 준비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 손해까지 떠안게 된다. 유통 관리 플랫폼은 실시간 시장 데이터와 수요 예측 정보를 제공, 생산자가 면적이 아닌 수확량으로 제값을 받도록 지원한다. 그린씨드는 작물의 직거래 및 공정 계약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유통업자 입장에서 유통 관리 플랫폼은 작물 출하 시기와 수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 가능하다. 밭떼기에 의존할 필요 없이 유통에 필요한 물량을 예측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유통업자의 리스크를 줄여주고 결과적으로 생산자와 더 안정적이고 투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그린씨드의 고민은 기술과 자본이 아닌 ‘파트너’ 확보다. 고상 재배 장치와 유통 관리 플랫폼 등을 확대해야 진정한 데이터 기반 농업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조국래 대표는 “자기 농장을 가지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이 그린씨드와 파트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린씨드가 제안한 파트너십의 핵심은 공동 소유권이다. 파트너 농업인에게 그린씨드 지분을 판매하면서 내부 결속을 만들고, 농업인은 기업에 투자한 공동소유자가 된다. 그린씨드는 ▲특허 기술 ▲독점 품종(모종) ▲데이터 플랫폼 ▲재배 매뉴얼 외에 마케팅, 판매 채널 등 생태계를 제공한다. 파트너 농부는 생태계를 활용해 생산에 집중하는 형태다.

데이터 기반 농업 시대 열기 위한 밑그림 그릴 것

그린씨드는 데이터 기반 농업 시대를 열기 위한 발걸음을 조금씩 내딛는 중이다. 농촌진흥청 주관하에 부산대학교와 협력하는 산학협동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을 통해 그린씨드는 전국 4개 농가, 8개 동 하우스에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었다. 온습도 센서 외에 토양의 상태, 일사량, 작물에 공급되는 물의 양을 측정하는 유량계 등이 포함된 포괄적인 데이터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그린씨드는 유통 관리 외에도 재배 관리에도 데이터 농업 기술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 출처=그린씨드

그린씨드는 유통 관리 외에도 재배 관리에도 데이터 농업 기술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 출처=그린씨드

그린씨드가 데이터 농업 시대를 향한 걸음을 뗄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도움이 있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호남센터의 지원을 받는 그린씨드는 안정적인 기업 운영을 위한 세무 지원, 농업 관련 기업 간 네트워크 연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마케팅, 홍보에 대한 조언도 도움이 됐다. 조국래 대표는 “때로는 귀찮게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되어주는 시누이 같은 느낌입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도움이 있어 그린씨드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린씨드는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생산과 유통 투명성 확보 등 차세대 농업 시대를 열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25년 하반기에는 고상 재배 장치의 장점을 농가에 알리고 유통 관리 플랫폼 적용 농가 수도 확대할 예정이다. 조국래 대표는 속도전보다 단단하게 구축한 파트너 농가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농업 시대를 열기 위한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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