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머리 해안서 한복입고 펼치는 ‘조선판 셰익스피어’ 구경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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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십이야’


무대는 조선시대 ‘농머리(인천 중구 삼목선착장 일대) 해안.’ 황해도 민요 ‘사설난봉가’와 함께 막이 오르면 서린 아씨, 오사룡, 미언, 마름, 북쇠 등 인물이 등장한다. 한복을 변형한 옷을 입은 인물들이 대사를 하고 움직일 때마다 북, 꽹과리, 징 같은 악기가 효과음을 내며 리듬감을 준다.

여기까지 들으면 분명 마당놀이나 탈춤으로 짐작할 터. 하지만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를 원작으로 만든 국립극단 연극이다. 임도완 연출이 각색∙연출을 맡아 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초연했던 ‘십이야’가 12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이 연극은 일란성 쌍둥이 남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한 셰익스피어 원작의 서사를 그대로 가져왔다. 대신 배경을 농머리로 바꾸고, 배가 난파돼 이곳에 떠내려온 쌍둥이 남매의 고향은 경북 포항 구룡포로 설정했다. 경상도와 충청도 사투리 대사를 활용한 웃음 포인트와 한옥을 모티브로 만든 무대 배경, 각종 소품을 이용해 장면을 전환하는 무대 연출 덕에 작품은 전통극처럼 여겨진다.전 회차 객석을 ‘열린 객석’으로 운영해 마당극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한 것도 특징. 열린 객석이라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하며, 공연 중 자유롭게 입장과 퇴장도 할 수 있다. 관객이 어느 정도 소리를 내거나 움직여도 제지하지 않는다. 자폐 스펙트럼이나 발달장애인, 어린이 등도 편히 이용하도록 했다. 공연 전후는 물론 중간에도 별도 쉼터를 이용할 수 있고, 현장엔 대본을 비치해 볼 수 있다.

배우들은 관객의 박수나 호응을 유도해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15일 공연에서도 혼자 크게 웃음을 터뜨린 관객에게 배우가 즉석에서 응수하며 한 번 더 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임도완 연출은 “(지난해 연극) ‘스카팽’ 때 객석 조명이 어둡지 않았는데, 배우들이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호흡하는 게 느껴져 좋았다”며 “이번 ‘십이야’ 공연도 열린 마음으로 많이 보러 와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십이야’는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음 달 6일까지 공연한 뒤 제주 김포 창원 부산을 순회공연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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