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한국에 진출해 ‘대중명품’ 시장을 열었던 코치가 화려하게 컴백했다. 대중명품은 명품 고유의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가격대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힌 브랜드를 뜻한다. 2010년대 중반 급격히 매장을 늘리는 등 지나친 양적 성장을 추구한 탓에 브랜드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엔 유럽 럭셔리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에 힙입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전략이 주효하면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각종 숫자가 코치의 인기를 증명한다. 2026년 회계연도 3분기 기준 코치는 매출 17억100만달러를 냈다. 전년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한국 시장에서도 신규 고객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중 Z세대 고객 비중이 약 70% 증가했다.
이 극적인 반전 드라마에 대해 서울 광화문 코치코리아 본사에서 노혜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노 대표는 2년 6개월 전 코치코리아에 합류해 국내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다. 그는 코치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익스프레시브 럭셔리’라는 말로 설명했다. 개성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코치만의 럭셔리가 젊은 소비자에게 잘 먹혔다는 뜻이다. 다음은 노 대표와의 일문일답.
▷코치가 ‘오랜 헤리티지를 지니고 있어 젊은 세대와 거리가 있다’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뉴 럭셔리’라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Z세대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취임 이후 가장 큰 도전은 코치에 대한 기존 인식을 전환하고 젊은 소비자들과의 연결성을 다시 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의 실제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해야 했죠. 코치는 2030 여성 소비자들은 하나의 정체성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모습과 취향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같은 변화를 반영해 제품, 스타일링, 캠페인 전반에서 일상 속 다양한 순간에 어울리는 유연한 브랜드 경험을 제안해 왔다는 점이 제품 선호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1970년대 제품들을 재해석한 ‘태비백’이 젊은 세대의 ‘잇백(it Bag)’으로 자리 잡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태비백 인기에는 어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있었습니다.
“태비백을 단순한 트렌드 아이템이 아닌 다양한 일상 속에서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정체성을 유연하게 확장해 나간다는 점에 주목해 태비백을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특히 참과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통해 각자의 취향과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도록 했죠.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앰버서더를 선정하고, 무신사 스토어 성수와 더현대 서울 등 Z세대가 주로 찾는 공간에서 팝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뗑킴’ 등 새로운 감각의 브랜드와 협업도 주효했다고 봅니다.”
▷작년 가을부터 그룹 i-dle(아이들)의 소연이 글로벌 앰배서더로 합류했습니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결정이라 보이는데 실제 성과는 어떻습니까.
“브랜드 메시지에 대한 공감도와 아시아 시장 내 인지도가 유의미하게 강화됐습니다. 소연은 음악과 창작 전반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온 아티스트로, 코치가 추구하는 자기표현과 도전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캠페인과 콘텐츠 전반에서 보다 동시대적이고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됐으며, 이는 브랜드 호감도 제고는 물론 시장 내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치는 핵심 메시지로 'Courage To Be Real(진정한 나 자신이 될 용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2021년부터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이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진정성과 자기표현의 가치를 강조하는 메시지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솔직하게 드러낼 용기, 자신만의 속도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응원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올해 봄엔 글로벌 Z세대와 협업한 ‘Explore Your Story(나의 스토리, 나만의 이야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함께 선보인 ‘북참(Book Charm) 컬렉션’도 돋보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Z세대가 정체성과 자기표현, 가능성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책과 텍스트에 관심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새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특히 북참 컬렉션에 한국 작가의 책인 ‘혼모노’,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포함시킨 점이 의미 있다고 봅니다.
전세계 12권의 책 중 두 권이 한국 작품이라는 점이 한국시장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참으로 만든 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독서를 하는 것과 동시에 책을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봐서입니다.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책과 취향을 매개로 자신을 표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상징적 아이템입니다.”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은 패션과 문화 전반에서 정교한 취향과 빠른 트렌드 확산력을 갖춘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브랜드 메시지와 제품 전략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 거점입니다. 글로벌 앰버서더 소연을 비롯해 손연재, 이청아, 서현 등 국내 스타들을 중심으로 코치 스타일링 콘텐츠가 확산되며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제품 인지도가 함께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치는 한국 시장을 로컬 문화와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2년 6개월 간 코치코리아를 이끌며 브랜드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2026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도 선정됐습니다. 평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철학은 ‘브랜드 빌딩 마인드셋’입니다. 그리고 브랜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가치와 감정에 공감하는 지를 깊이 이해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빌더로서 가장 중요한 태도를 호기심, 겸손함, 소비자 중심성이라 여기고 의사결정에 임합니다. 소비자와 시장을 궁금해하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겸손하게 질문하며, 모든 경영 행위의 중심에 소비자를 두는 것입니다. 단순히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문화적 흐름과 연결되고, 고객의 삶 속에서 더 의미 있는 존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품 산업이 전반적으로 주춤합니다. 명품 소비 행태가 어떤 방향으로 바뀔 거라고 보시나요.
“패션은 소비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고가 제품에 대한 소비 심리가 예전 같지 않더라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자체는 사라지지 않죠. 수많은 브랜드와 광고,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장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방향은 ‘브랜드가 얼마나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객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브랜드만이 선택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코치의 향후 과제와 목표가 있다면.
“확장이죠. 태비백은 코치의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단일한 디자인에 머무르기보다 소재, 사이즈, 색상 등 다양한 요소를 추가하고 확장하며 매 시즌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브루클린 숄더백, 첼시 숄더백 등 뉴욕 컬렉션의 여러 아이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코치가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소비자 각자가 자신만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 로컬 문화와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연결하며, 동시대 소비자들과 잘 소통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걸 지향합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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