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 극단적 선택률과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을 맴도는 가운데, 이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 결핍으로 접근해선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적 지원을 넘어 노인의 일상과 관계를 지탱하는 ‘심리적 보호 요인’을 촘촘히 복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최근 전문가 8명이 참여한 ‘제2차 자살예방 라운드테이블 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노인 자살의 원인을 경제적 결핍에만 두지 않고, 관계 단절과 일상 붕괴를 아우르는 ‘이중 회복력’ 관점에서 분석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노인 극단적 선택의 주된 원인으로 빈곤을 지목해 왔다. 그러나 통계를 뜯어보면 빈곤 노인의 94.4%는 이 충동을 극복하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노인의 경우 불규칙한 식사나 수면, 대인관계 단절 등 ‘일상의 붕괴’가 극단적 선택 충동을 높이는 주된 원인이었다. 반면 가족과 함께 사는 다인가구 노인은 만성질환으로 인해 자녀 등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부담감 인식’이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주관적 빈곤감’이다. 객관적인 소득 지표보다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느끼는 심리적 결핍이 정신건강에 더 치명적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고령층을 겨냥한 간병보험이나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초고령사회로 진입할수록 이들의 내면적 고립과 심리적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민간의 연계가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공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을순수한 소득 보조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적 관계를 돕는 방식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익형 일자리에 참여한 노인들은 자존감이 향상될 뿐 아니라, 건강 증진 효과로 인해 월평균 약 7만원의 의료비가 절감되는 실증적 효과도 확인됐다. 복지 현장에 인공지능(AI)이나 챗봇을 도입해 노인들의 수면·식사 패턴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고, 위험도를 걸러내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편 생명보험재단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니어라이프 지원사업의 고도화에 나섰다. 재단은 세대통합형 일자리 모델인 ‘할로마켓’을 통해 시니어와 청년의 협업을 지원하는 한편, 독거 남성 어르신의 자립을 돕는 ‘생명숲100세힐링센터’를 확대 운영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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