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단, 자택서 70쪽 수첩 압수
선관위 수사단 60인 구성 정황
민주 “尹 외환죄도 수사해야”
尹, 공수처 2차 출석요구 침묵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 가능성
추경호 의원은 26일 소환 조사
12·3 비상계엄 사태를 ‘롯데리아’에서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형법상 내란·직권남용, 군형법상 반란 등 혐의가 적용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형법상 외환죄(일반이적죄)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의 거처에서 확보한 수첩에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등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계엄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려 했다는 의혹과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특수단은 수첩 표현대로 실제 행동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수단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일반이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형법 99조(일반이적죄)는 한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자에 대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외환죄의 정황마저 드러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체포해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내란을 벌이기 위해 북한과의 국지전을 만들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쿠데타 일당도 전쟁을 벌이며 체제를 전복하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선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조·판사·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이라고 명시한 메모도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수용 및 처리 방법’에 관한 기록도 남아 있다고 한다. 직종에 관한 언급뿐 아니라 실명을 적은 기록도 있지만, 구체적인 메모 내용에 대해 특수단은 비공개에 부쳤다.
경찰은 김 전 장관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던 중 노 전 사령관을 사건의 중심인물로 특정했다. 특수단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긴급 체포한 이후 거주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첩을 확보했다. 이 수첩은 성인 손바닥 크기로, 분량은 60~70쪽에 이른다. 이 수첩에는 대부분 비상계엄과 관련한 기록이 담겨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이후 운영할 별도의 수사단을 꾸리려고 한 정황도 포착했다. 노 전 사령관이 경기도 안산시 패스트푸드점에서 전현직 군 인사를 만난 2번의 회동에 대해 특수단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중심이 돼 별도의 ‘수사2단’을 만드는 모임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2단에 군 관계자들을 배치한 인사 발령 문건도 확보했다. 문건에는 수사단장을 포함해 60여 명의 명단이 적혀 있고, 이 중 내란·직권남용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군 관계자 15명도 포함됐다. 특수단은 ‘수사 2단’이 1차 명령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임무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 있는 내용은 단편적인 단어의 조각들이라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특수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이 함께하는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수사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에게 향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2차 출석요구서도 수령을 거부했다. 이날 공조본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부속실로 발송한 출석요구서는 ‘수취인 불명’, 대통령 관저에 보낸 요구서는 ‘수취 거절’로 우체국 시스템상 확인된다”며 “전자공문도 미확인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출석요구서에는 성탄절인 오는 25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에 나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 측이 우편물 수령을 거부하고, 전자공문조차 열람하지 않으면서 실제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25일 출석에 불응하는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특수단 관계자는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구속영장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공수처와 계속 협의하고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일정이 번번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윤 대통령 비화폰 서버 등 중요 자료 보존을 위한 요청 공문을 지난 22일 보냈다.
한편 경찰 특수단은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외에도 대통령비서실 관계자 2명을 추가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상태다. 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선 오는 26일까지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