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여성 탄압에 노래로 맞선 17세 인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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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는 탈레반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반을 둔 무장 조직이자 정치 단체입니다. 엄격한 이슬람 교리에 따라 통치하려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사회적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이 심한 편입니다.

올해 국제어린이평화상은 탈레반의 인권 탄압에 맞서 또래 소녀들의 권익을 위해 싸운 아프가니스탄 출신 인권 활동가 닐라 이브라히미(17·사진)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상은 세계적인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받은 바 있습니다.

한때 권력을 잃었던 탈레반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것은 이브라히미가 14세였던 2021년이었습니다. 탈레반에 의해 수도 카불이 함락될 무렵 카불 교육당국은 여학생들의 활동을 다시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녀가 함께하는 공식 행사에서 12세 이상의 여학생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학생들은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과거 탈레반이 집권했던 1990년대에도 전국적으로 음악을 금지시켰던 전례가 있었기에 ‘이슬람 근본주의적 발상’이란 우려가 나왔습니다.

이브라히미는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며 이에 맞섰습니다. 그의 영상은 빠르게 퍼져 나갔고 동참하는 여성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나의 노래’라는 해시태그(#IAmMySong)와 함께 영상을 올리는 여성이 늘자 결국 교육당국은 3주 만에 노래 금지령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이브라히미와 그의 가족은 캐나다로 건너갔습니다. 그곳에서 이브라히미는 고향의 핍박받는 여성을 위해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모은 400만 달러(약 58억 원)의 기금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던 소녀 200여 명의 이주를 도왔습니다. 노래를 통한 저항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이브라히미는 이후 플랫폼 ‘허스토리’를 공동 창업해 자신과 같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또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담’에 최연소 강연자로 나서 탈레반의 인권 탄압 실상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여성 탄압이 아프가니스탄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한 지역에서 여성 인권이 침해되는 것은 나머지 세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란 이브라히미의 말은 국경을 넘어선 여성 연대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해줍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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