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귀금속과 광물 가격이 치솟는 추세인 가운데,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사치재로 꼽히는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내려가는 굴욕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의 결혼 기피로 인한 내수 부진과 인공 다이아몬드 양산이 시세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짐니스키 다이아몬드 원석 지수는 2022년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는 다이아몬드 도매가격이 최근 2년 동안 40% 가까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뒤를 이어 글로벌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다이아몬드 시장이었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둔화, 취업 전쟁 등으로 혼인신고 건수가 가파르게 감소했다.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폴 짐니스키 다이아몬드전문 애널리스트는 “단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의 다이아몬드 수요는 벼랑에서 떨어진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그 영향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건에 달했으나,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2022년에는 683만건을 기록하며 반토막 났다. 올해도 660만건 이하로 떨어졌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중국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는 점도 가격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인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랩다이아몬드 최대 생산국이다. 실험실에서 탄소를 고온·고압 환경에 노출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 육안으로는 다이아몬드와 구별이 잘 안 되는데 가격은 저렴하다.
랩다이아몬드는 2015년 글로벌 다이아몬드 시장을 1% 점유하는 데 그쳤으나 현재는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랩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153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중앙TV 산하 채널인 CGTN은 지난 3월 “중국 허난성이 랩다이아몬드의 글로벌 생산 중심이 됐다”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랩다이아몬드 2개 중 1개가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