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를 다시 보며 [광장 노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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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를 다시 보며 [광장 노동산책]

송현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입력 : 2026.05.12 07:00

사진설명

시애틀의 추억

2014년 방문학자 자격으로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주립대학에 있을 때이다. 학교 주선으로 연방노동위원회(NLRB) 서부지역 사무소를 방문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노동사건을 법원 등 여러 기관이 담당하는데, 노동위원회는 집단적 노동관계에 관한 사건을 처리하며, 그 중 서부지역 사무소는 워싱턴, 오리건, 알래스카 등 3개주를 관할한다.

연방정부 사옥의 엄중한 보안 검색을 거쳐 들어간 사무공간은 의외로 작고 소박했다. 하지만 연방 공무원으로서 그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자긍심과 열정은 이방인의 눈을 통해서도 곧바로 확인됐다. 많은 직원들이 그 지역 로스쿨을 졸업한 젊은 변호사들이었는데, 이들은 향후 변호사로 개업하면 지역사회의 핵심적인 노사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다면서 자랑했다. 당신들이 만든 노동위원회를 우리나라가 수입해서 잘 운영하고 있다는 나의 설명을 듣고서 매우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우리의 제도

우리의 제도는 당초 미국의 것을, 일본을 거쳐 계수했다. 1953년 관련 법의 제정에 따라 1954. 5. 20. 공식 출범한 우리의 노동위원회는 중앙노동위원회와 각급 지방노동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각 노동위원회는 위원장과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및 사용자위원으로 구성되는데, 2026. 4. 기준 총 1700여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지원하는 다수의 행정직원들 역시 불철주야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노동쟁의조정은 물론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을 처리하는 등 사실상의 재판업무도 수행한다.

[제미나이]

[제미나이]

2024년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총 2만1389건(지방노동위원회 1만8817건, 중앙노동위원회 2572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그 처리 속도는 더욱 주목할 부분이다. 초심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44.3일이고, 재심사건은 평균 93.8일이다. 초심부터 재심까지 다투어 판정을 받는 경우 평균 약 4.5개월(약 138일)이 소요된다. 이러한 초심사건의 통계에 화해나 취하 등을 통해서 사건이 중도에 종결되는 사례까지 산입하면 1개월 반이면 분쟁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물론 분쟁이 지속되어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거치게 되면 사실상 5심으로 진행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하지만 노동위원회 신청 사건 중 법원까지 가지 않고 종결되는 사건의 비율이 96.8%에 달한다는 통계 역시 함께 살펴보자. 초심판정 결과가 재심에서 유지되는 비율이 92.5%, 재심판정 결과가 추후 행정소송에서 유지되는 비율이 87.5%에 이른다는 통계도 의미가 크다. 노동위원회 판정 및 그 절차에 대한 당사자의 평가 역시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시 노동위원회를 보며

최근 노동법원 설립에 대한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재판받을 권리의 신장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논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우리 노동위원회의 과거와 현재가 충실하게 평가되어 왔는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법시스템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정의로운 재판결과, 이를 위한 판단자의 전문성과 헌신, 신속한 권리구제, 당사자 및 사회구성원 전체가 부담할 비용의 합리성, 절차의 공정성과 합리성에 대한 국민 일반의 신뢰 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노동위원회가 지난 70여년동안 이러한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고, 그에 따른 성과는 무엇일지 살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10여년 전 이방인의 눈에 비추어진 젊은 연방공무원들의 자긍심과 열정을 향후 만들어질 우리의 시스템 내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70여년전 우리가 노동위원회를 처음 만들 당시에도 이런 기대들이 있었을 것이다.

[광장 노동산책]에서는 법원·검찰·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출신의 인사·노무 분야 전문가가 기업이 직면하는 복잡한 노사 현안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법리적·실무적 착안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송현석 변호사는 광장 노동그룹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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