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대신 공약 검증"…'민생 설전' 벌인 국힘 4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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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가나다순) 후보가 최종 경선에 오를 두 자리를 놓고 26일 격돌했다. 정책 부문에선 한 후보가 제시한 '5대 메가폴리스'의 실현 가능성 유무를 두고 나머지 세 후보가 맹공을 퍼부었다. 계엄·탄핵 사태에 관한 입장을 두곤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 홍 후보와 찬탄(탄핵 찬성)파인 안, 한 후보가 2대2로 팽팽하게 맞섰다.

서울 필동 매경미디어센터 P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경선 4강 토론회는 각 후보의 공약에 대한 검증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상대방을 향한 인신공격 논란마저 불거진 지난 25~26일 일대일 맞수토론에 비해 차분한 모양새였다.

한 후보는 토론회에 앞서 열린 대기실 인터뷰에서 "맞수토론에서 김 후보의 전과를 언급했는데, 나중에 후회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과했다. 홍 후보도 "어제 3시간가량 한 후보랑 치열하게 얘기했으니, 오늘은 안, 김 후보와 정책 토론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홍준표, 한동훈 경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홍준표, 한동훈 경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메가폴리스' 두고 1:3 집중 공방

먼저 김 후보가 "지방 5개 도시를 2년 안에 서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한 후보의 '5대 메가폴리스' 공약은 비현실적"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김 후보는 "2년이면 아파트 한 채 짓기에도 부족하다"며 "삽질 한 번만 해봤어도 이런 주장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이미 발전한 지역 거점 도시의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없애고,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응수했다.

이후 홍, 안 후보가 김 후보 측에 가세하며 3 대 1 구도가 형성됐다. 김 후보가 "대구와 경상남도의 도정을 이끌어본 홍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홍 후보는 "(5대 메가폴리스 공약은) 허황하다, 전두환 시대였어도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안 후보도 "판교 테크노밸리도 제대로 자리 잡는 데 10년 걸렸다"고 덧붙였다.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세 후보의 일시적인 동맹 구도는 금세 깨졌다. 김 후보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일제강점기 선조 국적은 일본'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홍 후보가 맹공하면서다. 홍 후보는 "전형적인 뉴라이트 역사관"이라며 "일제강점기 당시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었다면 독립운동은 전부 내란에 해당하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안 후보의 공약 중 하나인 '과학기술 핵심 인력 100만명 양성' 정책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한 후보가 "안 후보의 공약이 현실감이 없어서 실망했다"며 운을 뗐다. 100만명이란 수치 자체가 과도하고, 이들을 어떤 산업 현장에 투입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 후보는 "프랑스의 컴퓨터과학 교육기관인 '에콜42' 같은 학교를 신설해 점진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받아쳤다.

안 후보는 홍 후보의 복지공약인 성장비례복지를 공격했다. 경제성장에 비례해서 복지 예산을 투입한다는 복안이다. 안 후보는 "불경기에서 가장 괴로움을 당하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라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할수록 약자한테 주는 혜택을 오히려 줄이겠다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홍 후보의 선출직 부통령제와 국회 양원제 구상에 대해서도 "국회 내 갈등을 오히려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의료·노동·계엄 두고 '임시 동맹'

의료 개혁과 노동정책 등 일부 공약을 두고 후보자끼리 공감대를 나누기도 했다. 홍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한다면 대한의사협회 측의 4가지 요구안을 즉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단적인 예다. 안 후보는 "홍 후보의 의견에 동감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 순서가 잘못됐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에 먼저 협의하고, 의사 증원 논의는 그 이후에 해야 했다"고 말했다.

홍 후보와 김 후보는 '노동 개혁의 본질이 무엇인가'란 화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홍 후보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강성노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홍 후보의 말씀이 정확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며 "양대 노총의 요구안이 너무 확고하고 민주당이 이를 따르기 때문에 법 개정이 안 된다. 홍 후보가 함께 나서서 고쳐달라"고 화답했다.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안철수, 김문수 경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안철수, 김문수 경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는 안 후보와 한 후보가 잠시 손을 잡았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계엄·탄핵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며 나머지 후보들이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한 후보는 "국민께서 겪어선 안 될 일을 겪게 해드려 사과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최종 후보가 되면 검토하겠다"라고 했고 김 후보는 "복잡한 문제인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며 답변을 미뤘다.

다만 한 후보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안 후보의 고언(苦言)을 받아들인다"면서도 안 후보가 비상계엄 상황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한 후보는 "당시 당 대표로서 의원들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회의장에 와달라고 절절하게 요청했다"며 "왜 제 말을 듣지 않고 국민의힘 당사로 가셨냐"고 했다.

안 후보는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의 연락을 받고 당사로 갔다"며 "뒤늦게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담을 넘어 국회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시 당 대표였던 한 후보와 추 전 원내대표 두 분이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 후보는 "안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이 잘못됐다는 둥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계엄 해제요구안에 찬성했다"고 직격하자 안 후보는 "계엄에 반대하는 일이 급선무였다"고 답했다.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안철수, 한동훈 경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안철수, 한동훈 경선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AI 악플 읽기' 등 이색 코너도

약 100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한 이색 코너도 포함됐다. 생성형 AI가 읽어주는 '악플(비난 댓글)'에 후보자가 답하는 형식이었다. 한 후보는 '인간적인 면모가 없다'란 악플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출마를 자주 하지만 이유는 희미하다'는 지적에 "이재명을 반드시 이기려고 나왔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소통이 부족하다는 악플을 두고 "인기나 여론에 끌려다니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오해를 풀고 소통을 늘리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항상 옛날얘기로 돌아간다'는 AI 분석에 대해 "과거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바탕"이라며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나라가 되도록 힘차게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경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4강을 뚫고 최종 후보를 정하는 결승전에 오를 나머지 후보를 묻는 '깜짝 질문'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안 후보는 "개인적으로 홍 후보의 유쾌한 모습을 좋아한다"며 홍 후보를 꼽았다. 홍 후보는 "여기서 이겨본들 한덕수 권한대행이랑 또 겨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김 후보가 "지금 이 자리의 후보들 모두 장점이 있기에 다 함께 올라가고 싶다"고 말하자 한 후보는 "저희 원래 친하다"고 호응했다. 한 후보는 "결국 우리는 하나"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를 지목했다.

오는 27~28일 이틀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명에 대한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여론조사가 진행된다. 민심 50%, 당심 50%를 각각 반영한 결과를 29일 발표한다. 과반 득표가 나오면 당 대선후보로 직행한다.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다면 최다 득표한 두 명이 마지막 한자리를 두고 다투게 된다. 최종 대선후보는 다음 달 3일 결정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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