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상향
증시호황에 보유비중 30% 육박
강제매도 몰린 상황서 해법찾아
전략배분 범위 한시적 확대로
최대 보유한도 25.8%+α 전망
공적연금 원칙 어겼다는 비판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5개월 사이에 두 차례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높여 잡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1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높였는데, 4개월 만에 추가로 상향 조정에 나섰다. 상향폭도 1월 0.5%포인트에서 이달 5.9%포인트로 대폭 확대됐다.
여기에 전략·전술적 자산배분을 더하면 국민연금 국내 주식 보유 한도는 25.8%+α까지 늘어난다. 최근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주식 비중이 더 확대되자 자산배분 현실화를 위해 비중을 추가 상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기금위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상향과 함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기존 ±3%포인트에서 더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확대 조정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다만 확대폭은 미공개 상태다. 기금위는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허용 범위를 확대 조정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존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 ±2%포인트까지 합치면 국내 주식 보유 한도는 25.8%보다 높아질 수 있다. 기존 국내 주식 보유 한도는 19.9%였다. 기존보다 국내 주식 보유 한도가 5.9%포인트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 호황으로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1800조원을 돌파하고 국내 주식 비중은 30%에 가까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에는 리밸런싱 재개 시 최소 180조원 내외의 국내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이번 조정으로 매도 부담이 다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를 목표 비중에 담아보자는 취지가 있었다"며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사이클에 의한 변화를 SAA 허용 범위에 담아보자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상향으로 그간 적용돼왔던 리밸런싱 유예 조치는 오는 6월 말 종료된다. 증시 상황에 따라 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한도 비중인 25.8%+α를 초과하는 물량이 하반기부터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감안해 기계적 매도에 따른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축소하는 등 리밸런싱 규칙도 개선했다. 기금위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 올해 말에 SAA 허용 범위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중기 자산배분 목표는 2031년 말 기준 '주식 55%·채권 30%·대체투자 15%'로, 지난해 확정한 2030년 말 목표와 같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날 기금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 국내 주식이 굉장히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투자도 현실화하는 차원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기존 자산배분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국내 주식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채권시장에 가거나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어려운 일"이라며 "국내 주식시장 변화를 반영해 현실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여력을 확대한 데는 달러당 원화값 안정을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원화값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국내 주식에 대한 과도한 익스포저로 인한 변동성 확대 등은 과제로 남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주식시장 비중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세계주가지수(MSCI ACWI)에서 한국 비중은 1%대 후반에 불과한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이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연금연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내 주식 비중 상향이 재정추계와 장기적인 수익·위험 분석을 토대로 한 전략적 선택인지, 아니면 당장 눈앞의 매도 부담을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인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변동성 완화나 주가 관리, 환율 방어를 위한 편의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코스피의 단기 급등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리밸런싱을 위한 매도에 나서면서 원화값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관계자는 "주가 급등에 따라 단기 매도 후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나 환율을 오히려 자극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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