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통상 불확실성, 고환율 등 ‘삼중고’로 제조업 체감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열 곳 중 네 곳은 미국의 유례없는 관세정책에 별다른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17~24일 국내 1487개 제조업체를 상대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BSI는 0~200의 범위에서 산출하며 200에 가까울수록 전 분기보다 증가(개선)했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0에 근접할수록 감소(악화)했다고 답했다는 것을 뜻한다.
1분기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 현황 BSI는 77로 전분기 87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이 떨어졌다’고 답한 곳이 늘었다는 의미다. 매출 현황 BSI가 80을 밑돈 건 2023년 1분기(75) 후 이번이 처음이다. 2분기 매출 전망 BSI도 95로 100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현안 설문 ‘경영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요인’(복수 응답)에 대해선 ‘내수 부진 및 재고 확대’(52%)를 꼽은 업체가 가장 많았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 지속’(43%), ‘고환율 및 자재비 부담’(36%) 순이었다.
제조업체들은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으로 “수출 경쟁력이 저하되고 거래비용이 늘고 있다”고 답했다. 대응은 미흡했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42%)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정유(58.1%) 철강(53%)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일수록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자동차(42.3%)·일반기계(45.6%) 등도 대책이 없다는 비율이 평균을 웃돌았다.
기업들은 원가 절감 및 구매처 다변화(31%), 제품 경쟁력 제고 및 기술개발(24%), 해외시장 개척 및 다변화(13%) 순으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종합경기 전망 BSI가 88.0을 기록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80선으로 떨어졌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