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7대 1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헌재가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 중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행위 관련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을 회피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쟁점 별로 보수 성향의 재판관 3인의 의견이 다르게 나오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전원일치' 결정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내란행위 판단 피해 가
헌재는 24일 한 총리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피청구인(한 총리)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 않았다는 등의 소추 관련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회는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함을 알면서도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권한 없이 소집하고 참석하여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돕거나 묵인 방조했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특히 국회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자 하는 내란행위"라고 주장했음에도, 헌재는 내란행위에 대한 판단을 일체 하지 않았다. 결정문에 '내란'이 16번 등장했으나, 헌재가 직접 판단하거나 설명한 부분은 없었다.
법조계에서는 비상계엄 가담 혐의로 탄핵소추된 한 총리 사건을 윤 대통령보다 먼저 선고하면서, 헌재가 비상계엄 위법성 등 겹치는 내용은 최대한 피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선고 내용의 '힌트'가 될 수도 있을뿐만 아니라 같은 사안을 두고 상충된 판단이 나올 경우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한 총리 탄핵사건의 주된 쟁점이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내용을 결정문에 담을 필요가 없다"라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상충되는 부분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탄핵심판, 전원일치 안 나오나
앞서 지난 13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의 탄핵사건에서 8대 0 전원일치 '기각' 결정이 나온 것과 달리, 이날 한 총리의 경우 7대 1로 의견이 나뉘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전원일치 의견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사안별로는 6대 2, 5대 3으로 의견이 더욱 갈리면서 윤 대통령 선고 향방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헌재 재판관 8인 체제에서 보수로 분류되는 3인(정형식·조한창·김복형) 재판관의 의견이 이번 한 총리 사건에서 나머지 5인과 달랐다. 대통령 권한대행 중 국무총리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와 관련해 정·조 재판관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며 각하 의견을 내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도입되는 체제이기 때문에…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을 강조한 가운데 이 두 재판관이 탄핵제도의 남용을 직접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한 변호사는 "헌재 재판관이 탄핵 남용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 선고를 앞두고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헌재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 기각을 결정하면서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나머지 5인(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및 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계선 재판관)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