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준법제보 제도' 시행…금융사고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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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시스템 정비 등 주문]
징계 감면·면제 '인센티브' 이어
불이익 금지 등 보호조치 제도화
업계 "비공식 불이익 방지 한계"
당국·금융권, 예방효과에 '주목'

  • 등록 2025-06-19 오후 5:00:42

    수정 2025-06-19 오후 5:01:52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달부터 금융감독원이 시행하는 ‘준법제보 제도’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부 제보자에게는 징계를 감면하거나 면제하고 반대로 부당행위에 가담하고도 제보하지 않은 임직원에겐 가중 제재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아직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형 금융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제보 제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지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은행권 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내달 시행 예정인 준법제보 제도 시행에 대한 시스템 정비와 내부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라고 전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제재와 연계하는 규율 체계의 하나다”며 “제보자 보호와 준법통제 기능을 병행해 강화하겠다는 의지다”고 말했다.

준법제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제보자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다. 내부 임직원이 위법·부당행위를 인지하고 이를 금감원이나 회사 내부 준법부서에 신고하면 앞으로 해당 사건에 연루됐더라도 징계를 면제하거나 감경받을 수 있다. 반면, 부당행위에 가담하고도 제보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가중 제재를 받는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알고도 침묵하는 관행’을 끊고, 금융사 내부에서 스스로 리스크를 차단하는 자율통제 문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최근 수년간 벌어진 금융사고 중 상당수가 ‘내부자가 알았음에도 침묵하거나 제보를 묵살당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의 거액 횡령 사건,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모두 내부에서 수상한 정황을 알고도 사전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준법제보 제도를 둘러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가 오히려 내부 임직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가중처벌’ 규정이 조직 내 불신을 키우고, 오히려 제보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보자 보호 조치가 현실에서 얼마나 신뢰받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보복이나 인사상 불이익 우려가 남은 상황에서 ‘제보하라, 아니면 처벌’ 식 접근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를 의식한 듯 제보자에 대한 비밀보장, 불이익 금지, 법률자문 제공 등을 포함한 보호 조치도 함께 제도화했다. 하지만 실제 금융사 내부에서 이러한 보호 조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보 이후의 경과에 대한 사후 검증과 실적 축적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준법제보 시스템을 운영 중인 건 맞지만 현실적으로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평가는 조직문화 차원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며 “당국이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인사고과나 부서 이동 등에서의 ‘비공식 불이익’을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쟁점은 금융사 내부 시스템이 제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만큼 준비돼 있는지 여부다. 형식적인 내부 제보 채널만 운영하고 있거나 제보를 접수한 뒤 실질적인 조사와 조치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도 여전히 존재한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최근 시중은행에 자체 제보 시스템의 점검과 운영 실태 보고를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제도를 일종의 ‘준법리스크 내부 통제 체계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준법제보 제도의 성패는 실제로 제보가 작동하고 그 제보자가 보호받고 금융사고를 조기에 차단하는지 여부다”며 “‘제보하면 산다’는 메시지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제도 시행 이후 금융권의 첫 사례가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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