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최근 한 달 새 큰 폭으로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채 발행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파악됐다. 시장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이런 확장 기조의 재정 정책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867%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연 2.891%에 비해 0.024%포인트 하락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연 2.907%까지 상승하며 곧 연 3.0%를 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날 금리는 소폭 내렸지만 한 달 전에 비해선 크게 높아진 상태다. 지난 4월 말 10년 만기 금리는 연 2.563%였다. 이날 금리 수준은 이에 비해 0.3%포인트 이상 높고,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채권 금리가 오른 것은 수급 문제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새 정부가 20조~30조원의 추경 편성을 예고함에 따라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올랐다는 것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는 추경을 편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 2.85% 수준의 10년 만기 금리는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반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차 추경까지 확정된 올해 국채 발행량은 약 207조원이다. 이미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여기에 2차 추경이 35조원 안팎으로 편성될 경우 국채 발행량은 242조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채권 금리는 내년에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때문이다. 지출 증가율을 엄격히 제한한 윤석열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민생 회복을 위한 대대적 지출을 예고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을 8% 안팎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본예산이 70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올해 1차 추경을 포함한 예산 규모만 총 686조원에 달한다.
이미 내년 금리 전망을 높이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신영증권은 내년 말 국고채 3년 만기와 10년 만기 금리 전망치를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높였다. 3년 만기는 연 2.5%, 10년 만기는 연 3.05%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따라 단기물 금리도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정부가 확장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고 본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는 이유로 ‘성장률 회복’을 꼽았지만 이를 재정 확대로 달성하게 될 경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금리 인하가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과거 금리 인하기에도 정부가 재정 정책과 규제 완화 등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을 때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조용구 신영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확장재정이 기준금리 결정에 미칠 영향은 불분명하다”면서도 “한은이 하반기 2회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