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고종욱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원정경기에서 4타수 3안타 맹타로 팀의 12-2 승리를 이끈 뒤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내가 잘해서 인터뷰하면 그땐 꼭 이야기할게.”
연장 승부가 펼쳐진 8일 광주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전에선 대타로 교체출전한 고종욱(36·KIA)이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고종욱은 이날 타석에선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KIA의 7-6 끝내기 승리를 이끈 기막힌 홈 보살로 수훈선수의 자격이 주어졌다.
그는 6-6으로 맞선 9회초 2사 1·2루서 한화 안치홍의 좌전안타 때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들던 김태연을 빠르고 정확한 원 바운드 송구로 잡아냈다.
개막 이후 줄곧 전남 함평의 퓨처스(2군) 홈구장 기아 챌린저스 필드에 머물던 고종욱은 6일 콜업된 지 이틀 만에 승리의 주역이 됐다.
중계방송 인터뷰에 나선 그는 “2군에서 힘든 시간이 많이 있었지만, 아내와 가족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감정을 꾹 누르며 말했다.
그런데 사실 고종욱에게는 이날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고종욱은 임신한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과 12월 태어날 아이에게 ‘엄마, 아빠에게 와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이 말을 전하지 못한 그는 18일 광주 KT 위즈전부터 2연속경기 선발출전했지만, 2경기 7타수 1안타로 기회를 잡지 못하며 마음을 전할 기회를 다시 미루게 됐다.
하지만 마음을 잠시 비우자, 기회가 다시 한 번 찾아왔다.
고종욱은 6경기 만에 선발로 나선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결승 득점을 포함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의 12-2 승리를 이끌며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KIA 고종욱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원정경기 도중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다시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감정이 북받쳐 울음을 터뜨렸다.
고종욱은 “홈 보살로 인터뷰를 하게 된 날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임신 중인 아내에게 ‘내가 잘해서 인터뷰하면 그땐 꼭 이야기할게’라고 약속했는데, 오늘(29일) 그 약속을 지킬 수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내가 내게 정말 많은 힘을 줬다. 유산도 있었는데, 그때 내가 아내에게 해준 게 너무 없었다”며 “우리 딸 태명이 겨울이인데, 수훈선수로 인터뷰한 날 이 이야기도 하지 못해 아내에게 ‘잘해서 꼭 인터뷰할게’라고 약속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내에게는 ‘많이 사랑한다. 작년에도, 올해도 내가 해준 게 없다. 12월에 건강한 딸과 함께하게 될 테니 나도 좋은 아빠가 되겠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종욱은 ‘로맨티스트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아내도 날 많이 좋아해주고 나도 아내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KIA 고종욱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원정경기 도중 안타를 친 뒤 1루로 달리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그간의 힘든 시간들도 스쳐지나갔다.
2010년대 중후반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어난 콘택트 능력으로 이름을 알린 고종욱은 통산 타율 3할(1074경기·0.303)의 정상급 교타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1군에 머문 시간이 부쩍 줄었다.
그는 “올 시즌 2군에서 출발하고, 시범경기에도 뛰지 못했다. 많이 내려놓은 상태였다. 점점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2군에서도 ‘마지막이다’, ‘갈 때 가더라도 좋은 이미지로 가자’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새로운 기회 앞에 선 고종욱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좋은 결과를 이어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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