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폭락장이 찾아오면 주식 종목 토론방에 어김 없이 소화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촉발한 이번 조정장에서도 버핏 회장은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다시 한 번회자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내가 수십년 간 주식시장에 참여하면서 얻은 비법을 다 알려주지 않았냐"는 워런 버핏 밈을 게시하거나 "현실 진도준(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이라며 그의 혜안을 칭송하기 바쁘다. 2020년대 초반 기술주 급등장에서 그를 저격했던 커뮤니티 글을 박제해 반성문을 쓰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 급락장이 오고 직전 현금 비중을 급격히 늘리며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던 벅셔 해서웨이는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8일 야후파이낸스와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벅셔는 연초 이후 약 10% 상승률(클래스B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유일하게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날고 기는 월가의 전문가들도 버핏 찬사에 한창이다. 리치 로스 에버코어ISI 수석 전략가는 "200일선이 모든 걸 설명하진 않지만 시장 심리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벅셔는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산업재와 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 그리고 막대한 현금 보유량을 꼽고 있다. 버크셔는 2023년 말 기준 약 3340억 달러(약 490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조시 브라운 리트홀츠 웰스 매니지먼트 CEO는 "벅셔는 트럼프의 돌발 정책에도 흔들리지 않는 몇 안 되는 종목"이라며 "미국 경제에 넓게 노출돼 있지만 백악관 정책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버핏 회장은 2022년 이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기술주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 애플은 한때 벅셔 포트폴리오에서 5.6%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투자처였지만 이후 비중을 줄이며 시장 고점 리스크에 대비해왔다. 대신 단기 국채와 현금 중심의 투자 전략으로 방향을 바꿨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버핏은 유일하게 상처 없이 이번 급락장을 헤쳐나가는 인물"이라며 "보수적이지만 일관된 투자 방식이 위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버핏이 중·장기적 미국 경제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후계 체제 준비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