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노벨상이 외교 무대에서 아부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최근 캄보디아의 순짠톨 부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노벨평화상 추천 서한을 직접 전달했다.
파키스탄 역시 인도와의 휴전을 중재한 공로를 들어 그를 공식 후보로 추천했다. 가봉, 모리타니, 세네갈, 라이베리아,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도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추켜세웠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이미 받아야 했다”며 “그는 집권 이래 매달 평균 한 건씩 평화 협정이나 휴전을 중재해왔다”고 주장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캄보디아와 태국,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의 중재 사례, 그리고 이란 핵시설 타격을 언급하며 이를 근거로 들었다.
다만, 트럼프가 임기 첫날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본인도 노벨평화상에 대한 집착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나는 수상할 자격이 있는데 그들은 절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6월에는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란에서 어떤 성과를 내더라도, 무슨 일을 하더라도 노벨 평화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를 후보로 지명하는 것조차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역사·정치 연구가 에마 쇼티스는 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하는 것은 도그쇼에 하이에나를 투입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수상 욕망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경쟁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선 유세 중 “내 이름이 오바마였더라면 10초 만에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럿 마틴 아메리칸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10여 년 전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과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해 왔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9개월 만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노벨평화상 후보자 명단은 추천인이 공개하지 않는 이상 비공개다. 다만 추천자 수는 공개되며, 올해 총 338명이 후보로 추천됐다. 일부 베팅 사이트에서는 트럼프가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고(故)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에 이어 유력 후보 2위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