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국민연금, 이혼하면 떼줘야 한다고요? [일확연금 노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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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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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한순간 남이 되는 이혼. 작년 한 해 국내 이혼 건수는 8만8000건이었다고 합니다. 이혼은 사랑이 식은 연인이 결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재산분할이라는 현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죠. 재산을 차곡차곡 쌓던 결혼 시절과는 달리, 한 명의 개인으로 돌아가는 만큼 누가 얼마를 가져갈지 치열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국민연금도 이혼 과정에서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분할연금' 제도를 통해서입니다. 이혼한 배우자에게도 노후를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가사에 매진하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도 혼인 기간 연금을 마련하는 데 비물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이혼한 배우자와 내 미래까지 나눠야 하는 분할연금. 무조건 넘겨줘야 할까요. 인정되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가입 기간 중 5년은 부부였어야

먼저 분할연금이 보장하는 연금이 어떤 종류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모든 급여에 분할연금이 적용되는 것은 아닌데요. 국민연금은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반환일시금, 사망일시금 등 다양한 급여를 지급합니다. 분할연금은 이 중 노령연금에 적용됩니다. 흔히 떠올리는 은퇴 후 매월 받는 연금입니다.

분할연금을 받고 싶다면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총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채워야 합니다. 분할연금의 개념을 생각해보면 두 가지 요건은 예상하기 쉽습니다. 배우자와 이혼했고,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여야 합니다. 수급권자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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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적인 요건은 연금 가입 기간이 혼인 기간과 얼마나 겹치는지입니다. 국민연금법상 배우자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 중 5년 이상 혼인했어야 합니다. 특히 이 혼인 기간이 '실질적인' 혼인 관계를 뜻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추후 분할연금 결정을 취소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요건은 본인의 나이입니다. 노령연금은 지급 연령이 정해져 있습니다. 1953년생부터 1957년생까지는 61세입니다. 이후 4년씩 끊어 연령이 1세씩 올라갑니다. 1959년생이라면 62세, 1962년생이라면 63세겠죠. 1969년생 이후로는 65세로 고정입니다. 분할연금 수급권자도 이 나이가 돼야 합니다.

내 권리는 내가 챙긴다

법학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내 권리는 내가 알아서 행사해야지, 국가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분할연금도 마찬가지인데요. 위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도 5년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습니다.

특히 분할연금은 혼인과 이혼을 증명할 자료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확실한 자료는 관련 법원 판결이나 결정문, 명령문입니다. 공적인 제삼자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만큼 신빙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분할연금을 청구하는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본인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내 국민연금, 이혼하면 떼어줘야 한다고요? [일확연금 노후부자]

모든 절차를 끝냈다면 분할연금은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노령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절반을 받게 됩니다. 노령연금은 받는 도중 소득이 발생하는 업무를 하면 연금액이 줄어드는데요. 분할연금은 감액 전 노령연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돼 지급됩니다.

최근에는 분할연금 비율을 부부가 직접 합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조건 절반을 나눌 필요는 없다는 거죠. 공단도 부부가 합의한 비율을 존중해야 하며, 이렇게 작성한 합의서는 분할연금을 청구할 때 함께 첨부하면 됩니다.

그래서 진짜 부부 맞나요

부부 간 내밀한 일이 무 자르듯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죠. 분할연금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분쟁 쟁점도 혼인 기간입니다. 별거 기간을 실질적인 혼인 기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분할연금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A씨 사례입니다. A씨는 전 남편 B씨와 40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이어오다 2021년 이혼했습니다. A씨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해 노령연금을 받았는데요. B씨는 연금 가입과 혼인 기간이 겹친다며 분할연금을 신청해 지급 결정을 받았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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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씨가 국민연금에 가입한 배경입니다. 두 사람은 2000년부터 사실상 별거 상태였고, B씨는 2001년부터 외도 상대와 동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연락이 끊긴 A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식당이나 청소 등 일을 하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했던 겁니다.

A씨는 이를 공단에 소명하려 했지만, 별거를 입증할 서류가 부족했습니다. 법원은 재판을 통해 늦어도 2003년 전출 신고 시점부터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종료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분할연금 결정도 취소됐습니다. 분할연금 역시 혼인 관계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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