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곤돌라, ‘찬반’보다 ‘제도 설계’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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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vs 환경보전·재정 효율… 현정환 교수의 진단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남산 곤돌라 사업에 대해 “공공과 민간이 사실상 같은 구간에서 직접 경쟁하는 매우 이례적 케이스”로 분석했다. 박해윤 기자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남산 곤돌라 사업에 대해 “공공과 민간이 사실상 같은 구간에서 직접 경쟁하는 매우 이례적 케이스”로 분석했다. 박해윤 기자
서울 남산 곤돌라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23년 6월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곤돌라 설치를 공언한 서울시에 맞서 현재 케이블카를 운용하는 한국삭도공업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은 제동이 걸렸다. 남산에 지주 5개를 세우고 10인승 캐빈 25대를 운용해 시간당 최대 2000명을 수송하겠다는 서울시 구상은 ‘잠시 멈춤’이다.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을 통해 남산에 10인승 캐빈 25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을 통해 남산에 10인승 캐빈 25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시 제공
‘공공성 대 환경보전·재정 효율’ 구도로 논란이 지속되는 곤돌라 사업의 해법을 찾기 위해 2월 26일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최근 삭도 산업의 구조와 공공성 설계를 주제로 한 논문을 같은 대학 최병화 교수와 공동 발표했는데, 그는 남산 곤돌라 사업을 “공공과 민간이 사실상 같은 구간에서 직접 경쟁하는 매우 이례적 케이스”로 분석했다. 삭도(索道)란 강철선에 운반차를 매단 장치로, 케이블카나 곤돌라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남산 곤돌라 사업이 결국 법적 문제로 비화됐습니다.

이 사업은 “왜 지금, 같은(인접) 구간에 신규 삭도인가”로 요약됩니다. 삭도 산업은 초기 고정비가 크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자연독점이 일반적입니다. 동일 사업자가 특정 지역을 전담하거나, 상·하부 승강장을 달리해 경쟁을 피하는 식입니다. 남산의 사례는 이례적입니다. 곤돌라와 케이블카의 하부 승강장 간 거리는 1km가 안되고, 목적지도 사실상 같습니다.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직접 경쟁에 뛰어든다는 점에서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습니다.

“곤돌라 설치 정당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돼야”

서울시는 이동 약자의 접근성과 혼잡 문제 등을 이유로 듭니다.

삭도 산업의 구조상 수송력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안은 있습니다. 남산순환버스와 시티투어버스가 운행되며, 도보 접근성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곤돌라 운영 수익을 생태환경 관리 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공성을 ‘수익을 어디로 귀속하느냐’로 축소해선 안 됩니다. 민간기업이라고 공공성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죠. 공공성에 대한 정의와 민간과의 조정·공존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우선입니다.

환경보전과 재정 효율성 차원에서 바라보면 어떤가요.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는지, 재정 투입 대비 편익이 충분한지, 중복 설비로 인해 운영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되지 않는지가 핵심입니다. 남산은 보존 가치가 큽니다. 주변 성곽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죠. 곤돌라는 한 번 설치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곤돌라 설치의 정당성은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돼야 합니다.

“중복 투자는 세금 낭비”라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요.

설비 투자가 중복되면 어느 경우든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민간이 경쟁에서 이기면 공공의 투자는 세금 낭비가 됩니다. 반대의 경우 “정부가 민간과 경쟁해 수익을 취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물음이 뒤따르죠. 세계적으로도 삭도 산업은 경쟁이 제한되도록 제도를 만듭니다.

법원은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 등에서 한국삭도공업 손을 들어줬는데요.

법원은 곤돌라 설치를 위한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데, 논쟁의 축이 ‘찬반’이 아닌 ‘제도 설계’로 이동해야 합니다. 논문에서도 공공기여 구조의 명문화, 허가·운영 기준의 투명화, 성과 기반 관리·감독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관련 논쟁에도 변화가 필요할까요.

남산처럼 보존 가치가 큰 공간은 환경보전과 재정 효율을 함께 충족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공공 환원과 투명성을 증진하는 제도도 중요하고요. 논쟁의 종착지는 “누가 운영하느냐”가 아닌 “어떤 기준으로 공공성을 설계하느냐”가 돼야 합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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