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병원이 “낙태는 남성 활력을 해치고 낙태한 어머니는 반항적인 자녀를 낳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둥성 허위안시에 있는 한 병원은 환자 대기실에 낙태를 반대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부착했다.
한 네티즌이 포스터를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한 내용에는“효도는 모든 건전한 행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성적 비행은 모든 불건전한 행위 중에서 가장 나쁜 행위”라며 효도를 강조했다.
이어 낙태와 유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문구와 함께 우울증, 불안, 불면증, 자궁내막염, 불임 등 낙태의 부작용을 안내했다.
문제가 된 문구는 “낙태는 가문의 대를 끊고 남성 가족의 활력을 해친다, 낙태를 경험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반항적이고 화를 잘 내고 부모에게 무례하고, 저체중에 지능 지수가 낮으며 건강이 나쁘다”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성격 나쁜 아이를 여아로, 착한 아이를 남아로 묘사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킨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포스터를 접한 네티즌들은 “어떻게 공익 캠페인이 봉건적 미신을 선전하는 것으로 변질됐나” “마치 청나라 시대로 돌아간 느낌” “낙태가 여성의 몸에 해를 끼지지만 남성과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왜곡됐다”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 지역 주민은 “허위안시의 많은 가정에서 태아의 성별을 확인하고 여아인 경우 낙태를 요구한다”며 “해당 포스터는 남성의 가족들에게 겁을 줘 이러한 관행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논란이 커지자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외부 단체가 한 일이다”며 “우리 병원은 이 슬로건 전시만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2023년 중국에서는 약 900만 건의 낙태가 이뤄졌으며 낙태 건수의 50% 이상은 15~24세의 미혼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