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아디다스도 '러브콜'…'세계 1위' 한국 회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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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부산 감천동에 있는 신발 소재 업체 아셈스 공장. 후끈한 열기 속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에서 오밀조밀한 그물 같은 소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 소재는 아셈스가 202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그물형 핫멜트 접착제’다. 열을 가해 붙이면 짧은 시간에 굳어 기존에 신발 내 접착용으로 쓰이던 테이프, 실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세계 운동화의 대세로 통하는 ‘무(無)재봉 공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소재다.

유연성과 통기성이 좋은 이 제품은 아디다스가 나이키의 ‘에어 조던’을 뛰어넘기 위해 출시하는 ‘앤서니 에드워즈2’ 농구화에 들어간다. 제2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리는 앤서니 에드워즈 선수를 모델로 한 신발로 예정 물량만 190만 켤레에 달한다. 장지상 아셈스 대표는 “신발뿐 아니라 옷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신소재”라며 “3년간 생산시설 확장에 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양산업이란 말은 사양"…영업이익률 5배 'K신발 스타기업'

◇나이키·아디다스 사로잡은 K소재

장 대표가 세운 아셈스는 2003년 세계 최초로 이형지(붙임용 종이) 없이 붙일 수 있는 필름형 핫멜트 접착제를 개발한 업체다. 이형지가 없어 가볍고 외부 환경 변화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격렬한 움직임에도 접착력을 유지해야 하는 러닝화, 농구화 등에 제격이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브랜드 회사가 앞다퉈 아셈스 접착제를 찾았다. 국내 신발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아셈스는 2003년 이후 22년째 필름형 접착제 세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이런 저력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1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아셈스 외에 K신발의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업체는 또 있다. 나이키 신발 원단의 10%를 담당하는 동진섬유가 대표적이다. 1968년 부산에 설립된 이후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아식스, 언더아머 등에 고기능성 소재를 공급 중이다. 특히 나이키 레볼루션과 페가수스 프리미엄 같은 고급 신발의 윗부분(갑피) 소재를 납품해 매년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찍고 있다. 지난해 이익률은 28%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제조업체 평균 이익률(5.6%)의 다섯 배 수준이다.

경남 김해에 있는 삼부정밀화학은 친환경 소재로 ‘K신발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1993년 세계 최초로 석유 기반 세척제를 대체하는 수성 세척제를 개발했다. 금형에서 제품을 빼낼 때 쓰는 이형제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무봉제 신발에 들어가는 핫멜트 접착제와 바이오매스 기반의 친환경 섬유를 생산하며 지난해 18%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초경량·무재봉 혁신 이끌며 성장

K신발 소재 기업들의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혁신이다. 세계 신발 소재 시장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 전쟁터와 같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은 1~3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재, 디자인을 조금씩 바꾼다. 대대적인 혁신을 위해 2~3년을 주기로 새로운 소재 업체를 발굴한다.

동진섬유는 나이키가 플라이니트 제품을 내놓은 2012년 기회를 잡았다. 플라이니트는 하나의 실로 엮은 초경량 소재로 운동화 디자인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게 했다. 공기도 잘 통해 세계 기능성 운동화의 표준 소재가 됐다.

아셈스는 2005년 나이키의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며 핵심 협력사가 됐다. 나이키 신발의 기능성 인솔(깔창) 불량 문제를 해소할 제품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놓으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나이키 등에 핫멜트 접착제를 공급하며 고숙련 인력 없이도 고가 신발을 생산할 수 있는 무재봉 공정의 핵심축으로 발돋움했다.

장 대표는 “무재봉 공정으로 신발 업체들은 재봉 비용을 최대 50% 줄였다”며 “소재 업체는 신발 회사의 수천 개 개발 프로젝트 속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혁신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황정환/민지혜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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