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오프닝벨 울린 SK하이닉스…40조원 실탄 챙겼다

3 hours ago 2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ADR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ADR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서 265억 달러(약 40조 원)를 조달하며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금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미국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공개 압박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ADR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ADR 상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유튜브 캡쳐
SK하이닉스는 10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 ‘오프닝 벨’ 행사를 열고 공식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ADR은 미국 외 기업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서다. 미국 증시에서 사실상 미국 상장주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들은 나스닥에서 달러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으로 글로벌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AI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ADR의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다.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 주를 발행해 총 265억 달러를 조달하게 됐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2014년 모은 250억 달러를 뛰어넘는 것으로,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ADR 상장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 기업 상장까지 따지면 최근 상장한 스페이스X(750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10일(현지 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10일(현지 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곽 CEO는 기념사에서 “믿어준 투자자와 고객에게 감사하고 혁신을 통해 메모리의 가능성을 넓혀 가겠다”며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통해 AI가 있는 모든 곳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 ADR 상장을 하루 앞둔 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러트닉 장관은 마이크론 행사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며 “이미 두 회사와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이크론이 (미국 투자의) 길을 열고 있고 경쟁사들도 질투해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현지 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10일(현지 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SK하이닉스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투자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향후 투자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투자자, 하이닉스 손쉽게 접근… “기업가치 재평가 받을것”

10일(현지 시간)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을 알리는 미국 뉴욕 전광판 모습.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10일(현지 시간)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을 알리는 미국 뉴욕 전광판 모습.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은 단순한 해외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 주식을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주주 저변이 넓어지고 기업 가치도 재평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으로 글로벌 차세대 컴퓨팅 생태계와의 연결을 더욱 강화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AI 핵심 파트너’와 ‘글로벌 컴퍼니’가 되겠다는 것이다.

●ADR로 기업 가치 재평가 기대

ADR은 미국 외 기업들의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증서다. 기업이 자국에서 발행한 주식을 해외 은행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지금까지는 해외 투자자가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려면 국내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고 원화로 환전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나스닥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다. 10일(현지 시간)부터 조건부 거래가 시작되고, 13일부터 정규 거래가 개시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미국 ADR 상장으로 회사의 가치 재평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도 자금 조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주자지만 증시에선 3위 마이크론보다도 저평가돼 왔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나스닥에 상장된 마이크론보다 20∼40% 낮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출간된 SK하이닉스 스토리를 담은 책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에서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2000억 달러어치 주문이 몰리며 애초 목표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프리미엄 프라이싱’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997년 10월 미국에 ADR을 상장한 대만 TSMC도 대만 주가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며 “SK하이닉스 주식에서도 향후 유사한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 ADR 가격이 한국 주가보다 높은 이른바 ‘역(逆)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생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과도한 기대감을 가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DR 발행이 해외 현지 거래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기업 가치를 달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의 주가 급락은 수요 둔화를 반영하는 결과이며 연말 이후 실적 상승 모멘텀도 꺾인 상태”라고 했다.

SK하이닉스 ADR 상장을 계기로 미국에서도 SK하이닉스 수익률의 2배 이상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 프로셰어즈, 렉스셰어즈 등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주중 SK하이닉스 ADR 레버리지 ETF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SK 40조 조달, 글로벌 경쟁 박차

10일(현지 시간)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을 알리는 미국 뉴욕 전광판 모습.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10일(현지 시간)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을 알리는 미국 뉴욕 전광판 모습.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40조 원 투자금을 생산시설 확대 및 기술 강화에 투입해 주도권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공장(팹)과 충북 청주 P&T7 어드밴스트 패키징(조립) 팹, 반도체 장비 구매에 활용할 계획이다. 장비는 대당 가격이 5000억 원이 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대표적이다. EUV는 네덜란드 ASML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공급하는 장비로 초미세 공정에서 회로를 그릴 때 반드시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이 250조 원에 달할 만큼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계획, 진행하고 있는 투자 규모가 이를 훨씬 웃돌며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용인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산단)는 1기당 150조 원씩 총 4기, 600조 원이 필요하고 최근에는 광주 팹 신설을 위해 4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글로벌 경쟁사들도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어 투자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6’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은 203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5년 내 (SK의) 전체 웨이퍼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ADR은 14일(현지 시간) 공모대금 납입이 마무리된다. 이번 ADR에 기초가 되는 보통주(신주)는 29일(한국 시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에 추가 상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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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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