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R의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다.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 주를 발행해 총 265억 달러를 조달하게 됐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2014년 모은 250억 달러를 뛰어넘는 것으로,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ADR 상장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 기업 상장까지 따지면 최근 상장한 스페이스X(750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한편 SK하이닉스 ADR 상장을 하루 앞둔 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러트닉 장관은 마이크론 행사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며 “이미 두 회사와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이크론이 (미국 투자의) 길을 열고 있고 경쟁사들도 질투해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 하이닉스 손쉽게 접근… “기업가치 재평가 받을것”

●ADR로 기업 가치 재평가 기대
ADR은 미국 외 기업들의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증서다. 기업이 자국에서 발행한 주식을 해외 은행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지금까지는 해외 투자자가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려면 국내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고 원화로 환전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나스닥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다. 10일(현지 시간)부터 조건부 거래가 시작되고, 13일부터 정규 거래가 개시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미국 ADR 상장으로 회사의 가치 재평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도 자금 조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주자지만 증시에선 3위 마이크론보다도 저평가돼 왔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나스닥에 상장된 마이크론보다 20∼40% 낮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출간된 SK하이닉스 스토리를 담은 책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에서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2000억 달러어치 주문이 몰리며 애초 목표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프리미엄 프라이싱’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997년 10월 미국에 ADR을 상장한 대만 TSMC도 대만 주가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며 “SK하이닉스 주식에서도 향후 유사한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 ADR 가격이 한국 주가보다 높은 이른바 ‘역(逆)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생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과도한 기대감을 가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DR 발행이 해외 현지 거래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기업 가치를 달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의 주가 급락은 수요 둔화를 반영하는 결과이며 연말 이후 실적 상승 모멘텀도 꺾인 상태”라고 했다.SK하이닉스 ADR 상장을 계기로 미국에서도 SK하이닉스 수익률의 2배 이상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 프로셰어즈, 렉스셰어즈 등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주중 SK하이닉스 ADR 레버리지 ETF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SK 40조 조달, 글로벌 경쟁 박차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이 250조 원에 달할 만큼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계획, 진행하고 있는 투자 규모가 이를 훨씬 웃돌며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용인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산단)는 1기당 150조 원씩 총 4기, 600조 원이 필요하고 최근에는 광주 팹 신설을 위해 4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글로벌 경쟁사들도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어 투자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6’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은 203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5년 내 (SK의) 전체 웨이퍼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ADR은 14일(현지 시간) 공모대금 납입이 마무리된다. 이번 ADR에 기초가 되는 보통주(신주)는 29일(한국 시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에 추가 상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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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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