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메모리값 급등에 美기업 부담 커져
美정부, 국내 반도체 초호황 주시
업계 “美정부 개입, 시장왜곡 우려”
러트닉 장관은 올 초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를 압박한 바 있다. 그는 마이크론의 자국 생산 확대를 위한 뉴욕 ‘메가팹’ 착공식에서 “메모리 생산 기업이 100% 관세를 지불하거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6개월 만인 9일(현지 시간) 마이크론 뉴욕 팹의 콘크리트 타설 행사에서 대놓고 삼성, SK를 겨냥해 투자 압박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마이크론은 자사 D램 생산의 40%를 2035년까지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러트닉 장관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메모리값 상승과 반도체 호황에 대한 미국의 기류를 예의 주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다. 이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익을 본다면, 한국 반도체를 사들이는 미국 빅테크들은 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메모리 가격 부담을 호소하며 “가격 급등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애플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제품을 쓰는 방안을 미국 정부에 타진하고 있다. 마이크론 행사에서도 미 정부가 애플의 CXMT 제품 구매를 승인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러트닉 장관은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최근 국내에서 반도체 초호황을 두고 불거지는 이른바 ‘초과이윤’ 논란이 미국 내 한국 반도체 투자 압박 기류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이익을 협력사나 지역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최근 광주 팹 신설에 800조 원을 투자하겠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미 행정부가 국내 상황을 민감하게 보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다만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개입이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 전 세계 3000개 이상 회원사를 둔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이달 초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정부가 가격이나 생산에 개입하면 오히려 공급 부족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EMI는 대신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세제 지원과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미국의 투자 압박이 이어질 경우 최대한 국내 기업들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와 힘을 합쳐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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