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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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순식간에째크나이프처럼날개를 접었다 펼쳤다도대체 그에게는 삶에서의 도망이란 없다다만 꽃에서 꽃으로유유히 흘러 다닐 뿐인데,수많은 눈이 지켜보는환한 대낮에나비는 꽃에서 지갑을 훔쳐내었다―송찬호(1959∼ )“다만 꽃에서 꽃으로” 흘러 다니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살 수 없기에, 우리는 나비가 아니다. 중력을 거슬러 가뿐히 공중을 누비는 존재, 어떤 경우에도 “삶에서의 도망이란 없”는 존재, 꽃밭을 배회하며 가장 좋은 것을 훔치는 소매치기 나비다. 나비는 존재 자체만으로 시선을 끌고 감탄을 자아낸다. 송찬호 시인은 태어나 처음 나비를 본 사람처럼 나비를 묘사한다. 나비가 곤충강, 나비목에 속하며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완전변태하는 곤충이란 정보는 그에게 중요치 않아 보인다. 그는 새로운 눈, 아무도 바라보지 않은 방식으로 나비를 본다. 이때 시인은 나비를 새롭게 ‘발명’한다. 나비의 날갯짓에서 “째크나이프”를 꺼낸다. 이토록 이질적이면서 완벽한 비유가 있을까? 나비가 날개를 접었다 펼치는 동작은 확실히 ‘째크나이프’처럼 날렵하다. 나비의 부드러움이 칼날의 날렵함으로 변하는 찰나를 채집하는 시선은 그 자체로 사냥이다. 나비가 환한 대낮에 꽃에서 가장 좋은 것, 그러니까 “꽃에서 지갑”을 훔쳐내고 유유히 흘러간다는 발상 또한 놀랍다. 꽃의 지갑도, 나비가 지닌 째크나이프도, 도망이라고는 모르는 나비의 삶도 현세의 일이 아닌 것 같다. 그가 발명한 나비의 세상은 기록하지 않으면 태어나지 않았을 세상, 시적 세상이다. 더 많이 보고 싶다. 시인이 언어로 세우는 새로운 세상! 박연준 시인©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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