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완도샷 해볼까"…골퍼들 성지된 '최경주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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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오른쪽)와 박상현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을 앞두고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 18번홀 ‘최경주 아일랜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최경주(오른쪽)와 박상현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을 앞두고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 18번홀 ‘최경주 아일랜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의 18번홀(파4) 그린 옆 작은 섬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SK텔레콤 오픈 연장전에서 ‘탱크’ 최경주(55)가 이 섬에 떨어진 공을 완벽하게 살려내 KPGA투어 최고령 우승의 금자탑을 완성한 ‘성지’가 되면서다.

15일 SK텔레콤 오픈 2025(총상금 13억원) 개막을 앞두고 출전 선수들은 작년의 최경주처럼 그 섬에 공을 떨구려고 하거나 섬 위에서 어프로치 샷을 시도하며 한국 남자골프의 명장면을 추억했다. 이 섬 앞에는 ‘최경주 아일랜드 2024 SK텔레콤 오픈 우승 기념’이라고 새긴 기념석도 생겼다.

최경주는 작년 이 대회에서 박상현(42)과 2차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에서 최경주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워터해저드로 향했다. 영락없이 물에 빠진 듯 보였지만, 최경주의 공은 기적처럼 그린 옆 작은 섬에 자리 잡았다. 제대로 스탠스를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작은 땅에서 최경주는 완벽한 어프로치 샷으로 파세이브에 성공했고, 두 번째 연장에서 보기를 범한 박상현을 파로 누르고 우승을 완성했다. 54번째 생일에 거둔 이 우승으로 최경주는 K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그린 옆에 붙은 작은 섬은 최경주의 고향 전남 완도와 닮아 화제가 됐다. 최경주의 어프로치에는 ‘완도샷’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연습 라운드에서 선수들은 완도샷에 도전하며 행운을 기원했다. 최경주 아일랜드를 노렸다가 바로 옆 돌에 공을 떨군 양지호(39)는 완도샷 도전 후 “최경주 프로처럼 최종라운드에서 이 샷으로 파를 만들고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했다.

주인공 최경주는 어땠을까. 그는 “지난 월요일(12일) 재능나눔 라운드를 하면서 슬쩍 가봤는데 다시 한번 (당시의 샷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섬이 저를 살려준 것은 맞지만, 올해는 그 쪽으로 치지 않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반 골퍼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핀크스GC를 찾는 골퍼 대부분이 완도샷을 시도한다. 작년 대회 이후 18번홀에서 최경주 아일랜드를 거쳐 파를 기록한 골퍼는 단 한 명 나왔다.

최경주의 역사적 플레이를 기념하기 위해 핀크스GC는 최경주 아일랜드를 거쳐 파에 성공한 골퍼에게 핀크스GC 라운드권(1개팀)을 선물한다. 완도에선 완도치유센터 이용권을 선물하기로 했다. 골프장 측은 이 자리에 최경주의 플레이를 기념하는 조형물을 세우고 포토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시작될 예정이던 SK텔레콤 1라운드는 짙은 안개로 미뤄졌다. 주최 측은 총 다섯 차례 지연 결정을 내리며 안개가 걷히길 기다렸지만, 기상이 나아지지 않아 대회 연기를 결정했다.

서귀포=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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