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 미군 인권침해 조사하고
이스라엘 총리에 체포영장 발부하자
ICC 소속 판사 4명 제재한 美행정부
ICC “독립성 훼손 시도, 개탄스럽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압박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근거한다면서 ICC 소속 판사 4명에게 제재를 부과했다. 이들은 각각 우간다와 페루, 베냉, 슬로베니아 국적이다.
이 가운데 2명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또 다른 2명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미군이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한 ICC 조사를 승인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 네 사람은 미국과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겨냥한 ICC의 불법적이고도 근거없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설립 규약인) 로마 규약의 당사국이 아니다”고 제재 배경을 밝혔다. 제재에 따르면 네 사람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고 미국 내 모든 재산도 다룰 수 없게 된다.
루비오 장관은 “ICC는 정치화돼있고 미국과 동맹국 국민을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재량권을 허위로 주장해왔다”며 “이러한 주장은 권력 남용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동맹국의 주권과 국가 안보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이번 제재 강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ICC, 또 다른 국제기구와의 불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제재는 ICC에 대한 전례 없는 보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ICC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ICC 제재안을 마련했다. 이후 올해 2월 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으로 네타냐후 총리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미 미국 제재를 받고 있다.
ICC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제재에 대해 성명을 내고 “개탄스럽다”며 “이런 조치는 전 세계 125개 당사국의 위임을 받아 운영되는 국제 사법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