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미국도 긴장하게 만들 中 '파격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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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속 드론 항로만 53개…물류판 흔드는 中 '저고도 경제'

중국이 드론을 앞세운 ‘저고도 경제’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음식 배달부터 관광지 커피 배송까지, 15분 이내 도심 항공 물류를 구현한 메이퇀의 드론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자율주행 배송 로봇, 사물인터넷 기반 물류 플랫폼까지 결합해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그리는 저고도 경제의 끝은 단순한 배달 혁신이 아니다. 수만 대 드론 동시 비행, 항공망 기반 데이터 수집, 통신·감시 체계 확장은 곧 군사전략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물류 다음은 국방”이라며 미국조차 긴장할 만한 기술 전환이 이미 선전 하늘 아래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사급 인재만 7500명

드론을 이용한 중국 저고도 경제를 이끄는 메이퇀은 10년 넘게 공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다. 메이퇀 선전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만난 린링 연구원은 “우리는 새로운 소비 특성과 다양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소매 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며 “각종 배송 수요에 대응하고 라이더의 배송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6년 자동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메이퇀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연구개발을 지속해 다양한 드론과 스마트 배송 장비, 디지털 배달 도구를 개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메이퇀은 선전과 베이징 등 중국 내 1선 도시 지역에서 53개 항로를 개설하고 누적 배송 45만 건을 기록했다. 자동 배송 차량은 누적 배송 건수가 500만 건에 달한다. 선전에서 안식년을 보낸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선전에선 드론을 이용한 배달이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빌딩 숲속 드론 항로만 53개…물류판 흔드는 中 '저고도 경제'

메이퇀의 드론 배송 시스템은 ‘10㎞ 이내 15분 이내 배송’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를 위해 수직 이착륙(VTOL) 기반의 멀티로터형 드론을 자체 개발해 고밀도 도시 환경에서 운용 효율을 극대화했다. 드론은 전기 구동식이며 항속거리 약 10~15㎞, 적재 중량은 2.5㎏ 내외다. 자체 개발한 지능형 항법 시스템은 실시간 기상 데이터와 도시 지형 정보를 융합해 최적 항로를 자동으로 산출한다. 린 연구원은 “AI 기반 장애물 회피 기술을 적용해 건물 밀집 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메이퇀은 드론이 단순 배송뿐 아니라 도심 항공물류 허브 간 연결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물류 거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식 배달에 첨단산업 결합

메이퇀의 강점은 2024년 기준 7500여 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체 드론 비행 시뮬레이터 등을 활용해 연간 수만 회 단위 비행 실험을 하고 있다. 메이퇀의 저고도 경제 혁신은 자율주행 배송 로봇과 결합해 통합 스마트 물류 체계를 구현하고 있다. 이미 수천 대 규모의 실외 자율주행 배송 차량을 상용화해 드론과 로봇, 소비자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배송망’을 구축했다.

예컨대 드론 혹은 자율주행 차량이 목적지 인근까지 배송하면 인근에서 대기 중인 로봇이나 배달 라이더가 최종 목적지까지 책임지는 방식이다. 지난해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 메이퇀의 드론 운용 노선 주변 상인들은 배달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증가해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린 연구원은 “지난해 자동 배송 차량은 라이더들이 240만㎞ 이상의 거리 이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며 “마지막 100m만 배달하면 되는 라이더들은 매일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하고 1인당 매월 800위안 정도를 더 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모든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연결돼 있다. 클라우드에서 실시간 배송 데이터를 분석·통제하는 중앙 플랫폼이 제어하는 방식이다. 린 연구원은 “베이징 도심에서 만리장성까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배달되는 데 6분3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메이퇀은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2199억50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22.8% 늘었고 2023년 2767억5000만위안, 지난해엔 3376억위안을 기록해 각각 25.8%, 22.0% 증가했다.

세계 유일의 저고도 경제 전략

메이퇀의 행보는 중국 정부가 육성 중인 저고도 경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지난해를 ‘저고도 경제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드론을 중심으로 한 도심항공교통(UAM) 기술, 항공물류, 관광·의료 응급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 접목을 추진하고 있다. 선전, 광저우, 청두 등 주요 도시에 ‘저고도 비행 자유화 시범구’도 지정했다.

중국 데이터 분석 업체 싸이디컨설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국 저고도 경제 관련 기업은 5만 개를 돌파했으며 그 중 상장사가 118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4개 부서는 공동으로 2030년까지 범용항공 장비를 일상생활 각 분야에 전면 도입해 1조위안급 저고도 경제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싸이디컨설팅은 2025년 저고도 경제 규모가 8591억위안에 이르고 2026년에는 1조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 교수는 “저고도 경제가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라며 “현재는 저고도 경제가 물류에 이용되지만 국방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전=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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