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승복 언급 안한 尹, 국힘 지도부엔 “대선 꼭 승리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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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파면]
尹측 “정치적 결정” 당혹
尹, 파면 결정나자 145자 메시지… “기대에 부응 못해 안타깝고 죄송”
권영세-권성동 관저 찾아가 면담… 재외공관-군부대 尹사진 철거

대통령 상징물 ‘봉황기’ 내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정문에 걸려 있던 봉황기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는 2022년 5월 10일 윤 전 대통령의 취임일에 맞춰 걸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통령 상징물 ‘봉황기’ 내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정문에 걸려 있던 봉황기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는 2022년 5월 10일 윤 전 대통령의 취임일에 맞춰 걸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오후 5시경 서울 한남동 관저를 방문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성원해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할지에 대해선 침묵을 이어가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에 자신의 파면으로 열리게 된 조기 대선 승리를 당부한 것이다.

● 145자 입장 낸 尹, 승복 메시지 없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4년 5월 9일 취임2주년 기자회견에 자리한 모습. (뉴스1 DB)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4년 5월 9일 취임2주년 기자회견에 자리한 모습. (뉴스1 DB)
윤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55분경 변호인단을 통해 배포한 145자짜리 입장문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문을 읽으며 오전 11시 22분 기준으로 파면을 선고한 지 2시간 33분 만이었다. 탄핵 이후 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감사의 메시지만 내온 것과 달리 이날 입장문에는 ‘지지자’ 대신 ‘국민’을 언급한 것.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헌재가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불복 논란을 의식한 듯 유감 표명은 없었지만 승복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남동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만나 “최선을 다해준 당과 지도부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고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또 “비록 이렇게 떠나지만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며 “대선과 관련해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사실상 헌재의 파면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TV 생중계를 통해 헌재 선고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공판기일이 열리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 신분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헌재가 8 대 0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헌재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으로밖에 볼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단 내부에선 4 대 4로 기각될 거란 의견이 많았고 인용되더라도 소수 의견이 1, 2명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만장일치 결과가 나오자 충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 봉황기 내리고 군부대 尹 사진도 철거

대통령실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 전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한 권한대행은 이를 반려했다. 총리실은 “현재 경제와 안보 등 엄중한 상황하에서 한 치의 국정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시급한 현안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기대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 등 업무 복귀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자 20분 뒤인 오전 11시 40분경에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건물 앞에 태극기와 함께 게양돼 있던 대통령 봉황기가 내려졌다. 봉황기는 1967년 1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처음 사용된 국가 수반의 상징으로, 대통령 재임 중 상시 게양된다.

직원들과 방문객들이 볼 수 있도록 용산 대통령실 내부에 설치된 전광판 화면도 꺼졌다. 대통령의 활동과 행보 영상을 담아 송출해 온 전광판은 그간 윤 전 대통령의 직무 정지 기간에도 계속 켜져 있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대사관 등 재외공관과 군부대 지휘관실 및 회의실 등에 걸려 있던 윤 전 대통령 사진도 철거됐고 행정안전부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가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들도 헌재의 파면 선고 이후 윤 전 대통령 계정에 대한 ‘팔로’를 중단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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