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다가가도 달콤한 향기가 코를 콕콕 찌른다. 아카시아 꽃보다 좀 더 진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하얀 꽃잎 사이론 앙증맞은 노란 꽃술이 귀여운 모습이다. 작지만 큰 공간을 채우는, 미선나무의 꽃이다. 미선나무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이다. 부채 모양의 열매가 있다해 '아름다운 부채'란 뜻의 미선이 됐다. 3~4월 특별한 자생지에서만 볼 수 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의 자랑과도 같다.
알고나면 매년 보고 싶어지는 신기한 매력을 가졌다. 소중한 미선나무를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켜 세상에 내놓기로 한 건 작년부터 진행된 일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운영하는 더네이쳐홀딩스가 국립수목원에게 손을 내밀며 시작됐다. 한국 식물의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알리자는 취지에 양측이 공감했기에 가능했다. 공공기관인 국립수목원이 민간 아웃도어 업체와 손을 잡은 이유도 그 진정성에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광릉숲 대표 동식물 5종을 담은 특별 협업 컬렉션이다. 광릉숲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서식하는 대표 희귀 동식물인 미선나무, 구상나무, 장수하늘소, 울릉솔송 등을 티셔츠 제품에 예쁜 디자인으로 담았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산림 생태계 보전을 주제로 기획한 특별 전시회 ‘숲의 속삭임(The Call of The Forest)’을 다음달 8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립수목원과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이 손잡고 1년 가까이 준비해 온 전시회다. 방문객은 국립수목원의 숲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에서 선보인 ‘광릉숲’ 대표 동식물 5종 모티브의 컬렉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또 한편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추억도 남길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이 이번 협업을 통해 식물 디자인을 선보인 배경에는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박범준 더네이쳐홀딩스 부대표는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식물과 산림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중들에게 산림 생태계의 소중함을 알리면서 자연과 함께한다는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싶었단 취지다.
이 같은 디자인 전략은 최근 아웃도어 트렌드 변화에도 적합하다. 국내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2022년~2023년 호황을 맞았다. 그 과정에서 비슷비슷한 디자인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브랜드별 차별화가 안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아웃도어 성적표에는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대부부 아웃도어 업체들이 매출 감소를 겪으면서 위기론이 불거졌다. 박 부대표는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과 디자인이 필요한 시기였다"며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에 가장 어울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 결과가 이번 협업 컬렉션"이라고 설명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만이 내놓을 수 있는 디자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립수목원 입장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아웃도어 업체를 통해 한국의 희귀식물을 알리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민간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생태계의 가치를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임 수목원장은 강조했다. 이번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에서 키즈 제품을 함께 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품 반응은 좋다. 초도 물량은 모두 판매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미선나무 디자인이 인기다. 키즈 제품이 같이 출시되면서 온 가족이 패밀리룩으로 연출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희귀식물을 디자인에 녹인 첫 사례인 만큼, 대중적으로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이번 협업 상품을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산림 생태계 보전에 쓰도록 할 예정이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