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우리가 괴물을 아낀 건, 괴물이 우리를 닮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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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우리가 괴물을 아낀 건, 괴물이 우리를 닮아서다"

입력 : 2026.05.29 17:40

소문난 애서가가 말하는 문학사의 유명한 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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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는 그림자가 있다. 낮 뒤에는 밤이, 선 뒤에는 악이 있는 것처럼 만물은 만물의 그림자와 양립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인류가 축적한 모든 문학 작품에는 선인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세상이 선으로만 이뤄졌다면 그것이 선일 수 없듯이 말이다. 작품에는 언제나 '괴물'들이 존재했고, 이야기를 추동했다.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은 세계 최고의 '독자'이자 애서가, 장서가인 그가 문학사에 등장한 '괴물'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인간의 공상 속에서 만들어진 37개(명)의 캐릭터에 대해 사유를 이어가는 이 책은, 괴물을 통해 인간이 더 자신을 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단, 이 책에서 말하는 괴물은 빌런이나 악인이 아니라 'monster'의 어원인 라틴어 동사 'monere'로 천재, 괴짜, 특이한 것, 예기치 못한 것, 드러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망겔이 주목하는 하나의 '괴물'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을 통해 그로부터 지식, 쾌락, 권력, 젊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 욕망의 끝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회수할 생각이다. 문제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악이, 오히려 파우스트를 악이 아닌 선의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파우스트'의 독자들은 기억하겠지만, 파우스트는 "뭔가를 계속 추구했기에" 구원의 가능성을 획득했고, 그는 지옥불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망겔은 이에 대해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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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는 악을 행하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결국 선을 행하게 된다. 절대적으로 사악해 보이는 음모도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이 책이 언급하는 또 다른 '괴물'은 슈퍼맨이다. 슈퍼맨은 20세기에 등장했던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데, 그는 단지 영웅만이 아니다. 그는 신문기자라는 일상과 막강한 초능력을 가진 영웅 사이를 오간다. 망겔은 자신이 슈퍼맨을 지지했던 건 그의 이중생활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현실적 삶 이면을 살아가는 '비밀 영웅'은 어딘지 모르게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냥 초능력 때문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삶 자체 말이다.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사오정이나 돈 후안, 폭군 반데라스, 드라큘라, 성경의 욥 등을 사유한다. 이를 통해 망겔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괴물'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들이 인류 보편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어서라고. 괴물은 그냥 괴물로서 남지 않고, 괴물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들의 욕망은 우리의 욕망과 등가를 이루고, 그들의 빗나간 욕망은 우리의 빗나간 삶을 일깨운다. 그래서인지 괴물 캐릭터는 시간이 흘러도 문학, 종교, 신화, 대중문화에서 계승된다. 드라큘라가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이어진 것처럼.

"괴물들은 우리가 존재하기를 원하기에 비로소 존재한다. 아마도 그들의 존재가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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