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오디세이의 빛과 성서의 그림자는 어떻게 다른가"

1 week ago 28

문화 > 책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오디세이의 빛과 성서의 그림자는 어떻게 다른가" 고대의 서사시로 문학의 길을 파고든 아우어바흐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는 호메로스 '오디세이'의 한 대목에서 열린다. 귀향한 오디세우스의 흉터를 늙은 가정부 유레클레이아가 알아보는 장면 말이다. 그녀는 기쁨의 함성을 지르려고 하는데, 오디세우스는 귓속말로 그녀를 진정시킨다. 수십 행에 걸친 이 대목을 되짚으면서 아우어바흐는 '오디세이' 문체에 집중한다. "부분과 부분 사이의 접속은 완전히 명백하고 윤곽이 또렷하다." 호메로스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묘사해뒀다는 의미다. 그에겐 빈틈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우어바흐는 '오디세이' 곁에 창세기 22장 '이삭의 희생' 대목을 나란히 배치하고 질문을 심화시킨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시험해 보려고 그에게 말하였다. 아브라함! 하고 그는 말씀하셨다. 보십시요, 여기 있읍니다."(1987년 초판 문장을 인용함) 창세기엔 '오디세이'와 같은 구체성이 결여돼 있고 "그저 마음속에서 그려보도록만" 되어 있다는 것. 이때 아우어바흐는 질문한다. 모든 걸 전시(展示)함으로써 묘사하는 길과, 현실을 다 보여주지 않고도 깊이를 만들어내는 길 가운데 서구문학은 뭘 택했는지를. 그림자를 허락하지 않은 호메로스, 그림자를 허용한 구약 가운데 문학의 유장한 흐름은 어느 경로를 걸었는지를. "똑같이 고대의 것이며 똑같이 서사시인 이들 두 개의 문체보다 더욱 대조적인 문체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한쪽으로는 구체화되고 균등하게 조명되었으며 시간과 장소가 일정하게 명시되어 있으며 늘상 전경 속에서 아무런 틈서리도 없이 연결되어 있는 현상들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얘기의 목적을 위해서 필요한 현상만이 구체화되어 있고 다른 모든 것은 어둠 속에 묻혀 있다. 결정적인 순간만이 강조되어 있고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 '미메시스'에서 다루는 질문은 이처럼 단지 한 시대의 질문을 넘어선다. 질문은 각 장에서 확장되는데, 다른 장 '포르투나타'에도 밑줄을 긋게 된다. '포르투나타'는 한 벼락부자의 아내 이름으로, 그녀는 우습고 천한 험담의 대상이 된다. 여기엔 희극만 있고 비극이 없다. 그녀가 하층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우어바흐는 이 책의 곁에 '마가복음'에서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하는 장면을 대비시킨다. 갈릴리 어부였던 천출이 비극의 중심에 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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