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노벨상 홈페이지는 작가들의 인생이 응축된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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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 강연'은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노벨상 홈페이지에서는 역대 수상자들의 노벨 강연 원고를 볼 수 있는데,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강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알렉시예비치는 구소련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희생당한 개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책으로 엮어낸 다큐멘터리 작가로, 그녀의 노벨 강연에서도 이러한 작품 세계와 메시지가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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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수상작가 알렉시예비치를 통해 본 '노벨 강연'

사진설명

한강 작가의 '노벨 강연(Nobel Lecture)'은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선물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의 노벨 강연은, 그러나 한강 작가 외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노벨상 홈페이지(nobel.org)에 역대 수상자 노벨 강연 원고가 전부 연도별로 정리돼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노벨 강연 원고는, 아직 그의 책을 펼쳐보지 않은 독자라도 유심히 눈여겨볼 만한 글이다. 알렉시예비치가 누구인가? 그는 구소련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희생당한 개인 수백수천 명을 인터뷰하고 그 진술을 책으로 꿰맨 다큐멘터리 작가다. 구소련 체제의 억압, 전쟁의 울분, 체르노빌 피해자의 생생한 목소리가 그의 노벨 강연에 압축돼 있다.

스웨덴 한림원 2층 건물의 강연장에 선 알렉시예비치의 첫마디는 이거였다. "저는 이 연단에 혼자 서 있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는 수백 개의 목소리가 떠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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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예비치는 그들, 아니 그들의 '목소리'가 자신 곁을 맴돌았다고 고백하며 말문을 연다. 그 목소리는 그에게 "합창단의 슬픈 곡"과 같았다. 구소련 망자들이 들려준 목소리를 알렉시예비치는 우리의 눈앞에 펼쳐 놓는다. 한 소절만 인용하면 이렇다.

체르노빌 방사능에 피폭한 남성의 아내에게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사람(남편)은 더 이상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야."

죽음을 강요하는 피폭 방사능이 남편의 살갗에서 뿜어져 나와 아내의 피부를 뚫고 돌진 중이었으므로 이제 남편은 '사람'이 아니라 "오염 제거가 필요한 물건"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 곁에 머물렀다. 임신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결과, 아이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사망했다. 죽어가는 남편의 몸, 죽음이 예정된 상태로 태어날 수밖에 없던 하나의 작은 몸. 아내의 선택은 잘못된 걸까?

알렉시예비치는 연설에서 "인간 때문에 두려웠다"고 노벨 강연에서 고백한다. 비극의 피해자들이 울부짖으며 내뱉는 이런 고백은 그 자체로 악마의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알렉시예비치는 그래서 말한다.

"때때로 제가 들은 것을 잊고 무지 속에서 살았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알렉시예비치의 글은 단지 '글'이 아니라 현실 자체였다. 그는 죽음과 삶의 경계를 초월하면서 악의 현실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억겁의 고통을 기록해냈다.

"밤에 저는 죽은 자들의 꿈을 꿉니다. 모두 놀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뭐라고, 내가 죽었단 말인가? 정말 내가 죽었다는 말인가?'"

노벨상 홈페이지는 광휘 가득한 하나의 찬란한 보고(寶庫)다. 노벨상 수상의 감동을 좀 더 유지하려면 한강의 책과 함께 '노벨 강연'도 가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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