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문제 제기에 동조
"韓금융 왜 이토록 잔인한가"
3일동안 SNS 3번 올리며 지적
신용평가 기준 확대 개편 제시
건전성 치중 금융당국 질타도
금융권 "시스템 흔들려" 우려
청와대가 금융 양극화 해소에 나섰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느냐"고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국 금융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3일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 한국 금융을 지적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SNS에만 글 세 편을 게재하며 금융권을 겨눴다.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저리 대출을 받지만 형편이 어려울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한 것이다.
우선 "한국 금융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라며 신용등급 제도의 폐해를 지적했다. 김 실장은 "(신용등급은)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며 "신용등급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으며 그저 정교하게 요약된 과거의 잔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봉이 같더라도 정규직과 자영업자 사이에는 차별이 있고, 금융 거래 기록이 없으면 신용등급 제도에서는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직·질병·이혼과 같은 변수가 금융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저축은행·레고랜드 사태처럼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가장 밑단의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는 점도 짚었다. 김 실장은 중·저신용자들이 방치돼 있다며 "금융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회피 전략 때문"이라고 했다. 우량 고객이 아닌 데다 높은 이자를 받아 낼 수 있는 고객이 아니라 배제된다는 것이다.
이에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하며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인터넷은행·서민금융기관이 나서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가지 대안은 △은행의 위험 회피 구조 개선 △신용평가 체계 확장 △서민금융기관 역할 재정리로 요약된다.
중·저신용자에게 불리한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실장은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며 "특정 구간을 비워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 체계를 놓고는 "언제까지 과거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며 인터넷은행이 신용평가의 틀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과거 이력만 살펴볼 게 아니라 소비·납부·플랫폼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상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비(非)과세 혜택과 각종 지원을 받아왔던 서민금융기관에도 칼을 겨눴다. 김 실장은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현실은 조합원 대출보다 중앙회 예치가 늘어나는 구조"라며 "기존 기관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유인을 설계하거나 유동성을 전제로 작동하는 새로운 주체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건전성 관리에만 치중해왔던 금융당국을 질타했다. 김 실장은 "건전성 관리와 시스템 위기 방지를 지고의 사명으로 삼아왔으며 소비자 보호조차 피해 구제에 치중했을 뿐"이라면서 "당국은 건전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기득권을 더 두껍게 만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의 문제의식에는 '금융은 공적 성격이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김 실장도 "금융은 완전한 자유시장이 아니다"며 "국가 면허를 받고 공적 자금의 지원 아래 작동하는 제도적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금융의 기본 질서는 지켜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에 비례해 금리를 매기는 기본 질서가 흔들리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용금리 확대가 체계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손실 가능성을 반영해 금리를 더 높이는 등 다른 차주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승훈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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