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5일 “은행은 완전한 민간 기업이 아니다. 그 특권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계약 이행”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물리는 신용평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이후 금융권 안팎에서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이 일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은행의 신용평가 모델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구조 개혁은 민간 영역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 아니다”고 썼다. 그는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는 전제를 깔며 “(은행은) 국가의 면허 위에서,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을 등에 업고, 위기 때면 구제금융의 보호를 받는 준공공기관”이라고 역설했다. 민간 금융이 평가 모델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부가 지닌 권한이라는 논리다.
김 실장은 “중간 신용 구간은 기회는 있지만 변동성이 크고 설명이 어려우니 점점 기피된다”며 “의도적인 배제라기보다 구조가 만들어낸 합리적 선택의 축적이지만 결과는 냉혹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신용 격차는 고용, 소득, 자산 격차와 맞물리며 증폭된다”며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고 썼다.
금융회사가 중간 신용층을 위한 제도 마련을 회피하다 보니 이들이 경제 활동에서 밀려나고 이것이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는 얘기다. 중·저신용자 금리를 낮추면 재정 또는 다른 차주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에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독일 상호금융기관인 슈파카세, 일본 지방은행을 거론하며 “같은 신용평가 모델을 써도 이들은 다른 결과를 낸다”고 적었다.
김 실장은 외국인 지분이 높은 은행의 지배구조를 ‘빼앗긴 들판’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현실적 대안으로 “지금의 구조 위에 다시 우리 방식의 질서를 보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장기적 관점을 가진 자본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 중간 신용 구간을 정교하게 평가할 역량,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여지,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단층은 완화될 수 있다”고 적었다.
김형규/조미현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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