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 칼럼] 일자리 없는 청년이 넘쳐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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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칼럼] 일자리 없는 청년이 넘쳐나는 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억원대 성과급이 큰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인생이 달다”는 반도체 회사 직원의 익명 커뮤니티 글에 다른 대기업 직원은 “정말 일할 맛 안 난다”고 푸념했다. 일반 대기업 직원은 더 많이 받는 반도체기업 직원을, 중소기업 직원은 연봉이 더 많은 대기업 직원을, 일자리가 불안한 비정규직 직원은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만 쳐다본다. 1등을 빼면 모두가 만족하지 않는 사회 구조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3월 기준으로 20~29세 청년 26만9000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업자다. 일자리를 구하다 지쳤거나 아예 일할 의욕을 상실한 비경제활동인구인 ‘그냥 쉰’ 20대 청년도 38만2000명이다. 20대 인구 560만 명 중 12%에 가까운 65만 명이 놀고 있다.

청년 고용률(43.6%)도 2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인구 감소와 무관하게 취업자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 실업률(7.6%) 역시 전체 실업률(3.0%)의 두 배를 웃돈다. 단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수많은 청년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숫자보다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 1990년대생은 1970년대생보다 ‘쉬었음’ 인구가 2.5배 이상 많고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늘어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청년층 완전고용 상태다. 한국과 일본이 인구 감소, 급속한 고령화, 장기 저성장 경제라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지만 청년 고용에서만큼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2020년대 이후 일본 청년 실업률은 3% 안팎으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일본 고용시장의 활력은 회계연도 시작에 맞춰 4월 1일 일제히 열리는 신입사원 입사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도 도요타 미쓰비시 일본항공(JAL) 등의 입사식 사진이 주요 신문을 장식했다. 도요타는 신입과 경력을 합쳐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3500여 명을 채용했다. 미쓰비시와 ANA홀딩스도 채용을 늘렸다. 일본에선 청년 구직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도 버블 경제가 무너진 199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겪었다. 1995년 1000만 명이던 청년 인구가 2003년 800만 명으로 줄었는데도 20대 실업률은 5.7%에서 9.8%로 되레 악화했다. 이때 취업하지 못한 ‘잃어버린 세대’(취업 빙하기 세대)는 이후 일본 사회에 큰 부담이 됐다. 위기감 속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 노조는 더 많은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동 시간과 임금을 같이 줄이는 ‘일하는 방식 개혁’도 추진했다.

그렇게 일본은 10년간 청년 정규직 일자리를 300만 개 이상 늘렸다. 일본 대기업은 경영 실적이 좋아지고 고용 여건이 나아지자 정규직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확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250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40%에 달한다. 공공기관을 포함한 한국 대기업 일자리 비중(32%)보다 높다. 일본 기업은 최근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AI) 도입에도 청년 고용을 늘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청년 취업 증가로 이어지는 측면도 있다.

알려진 대로 일본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월급은 한국보다 적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월급 차이도 거의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대졸 신입 평균 월급은 25만4228엔(약 250만원)으로 한국 대기업 신입 평균 연봉(4669만원·월 389만원)의 70%가 채 안 된다.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기업의 채용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기도 하다.

일하지 않는 청년이 많은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다. 청년기에 제때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경력 공백 탓에 사회 진출 기회가 더 좁아지기 마련이다. 국가적으로는 인적 자본 축적이 위축되고 청년 은둔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은 과거 ‘청년 고용 절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민관이 함께 온 힘을 기울였다. 기업의 신규 일자리를 늘리려면 일본처럼 노사 협력과 노동 유연성 확보는 필수다. 하루빨리 일자리를 못 찾은 청년을 일터로 보내 직무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국가 미래가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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