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일가 美계열사 국내 공시 의무… 일감 몰아주기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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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총수’ 법적 책임]
공정위 ‘쿠팡 총수 김범석’ 지정
공시 위반 건당 최대 1억 과태료
‘외국인’ 이유 총수지정 피했던 金
국회 출석 거부할 명분도 사라져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총수(동일인)로 규정한 것은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가 경영에 개입한 사실을 포착한 게 계기가 됐다. 쿠팡이라는 대기업집단에 미치는 총수 일가의 영향력을 감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공정거래법상 의무를 비롯해 쿠팡이 지게 될 각종 법적 책임이 한층 더 강화된다. 김 의장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부당한 지원 행위가 발생하는지도 공정위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 쿠팡 총수 일가, 더 강한 규제 받는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동일인이 김 의장으로 변경되면서 쿠팡은 더 강한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앞으로는 김 의장과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 현황이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해외 계열사의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개해야 한다. 김 의장이 공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건당 최대 1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익편취 금지 규제도 적용된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이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인 계열사와 해당 회사가 50% 넘게 주식을 보유한 자회사에 유리하게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는 동일인이 사람인 기업집단에만 적용돼 그동안 쿠팡이 위법 행위를 했는지 따져볼 수 없었다. 쿠팡 내부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가 적발된다면 지원 금액의 최소 100%, 최대 300%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법인이나 총수 개인에 대한 고발도 가능하다.

법적 규제를 넘어 김 의장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나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했음에도 김 의장은 공개적인 자리에 나서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국회 출석 요구 등을 거부할 명분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 공정위, 쿠팡 허위 자료 제출 여부 검토

이번 결정으로 반복적으로 이어졌던 ‘쿠팡 특혜’ 논란이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때부터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당시 공정위는 미국 국적자인 김 의장의 실질적 지배를 인정하면서도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OCI의 총수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쿠팡이 동일인 지정을 피해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24년 5월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고쳐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볼 때와 비교해 국내 계열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을 것 △자연인 및 그 친족의 국내 계열사 출자가 없을 것 △친족의 임원 재직 등 경영 참여가 없을 것 △자연인 및 친족의 채무보증·자금대차가 없을 것 등 예외 요건을 모두 만족할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까지 공정위는 쿠팡이 위 요건을 모두 만족한다고 판단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씨가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이 같은 결정이 뒤집혔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기업이 낸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업집단을 지정한 뒤 허위자료 제출 등 문제가 있을 때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며 “김 씨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받았다는 것도 쿠팡 쪽에서 제출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이후 김 씨의 경영 참여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것이 계기가 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공시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인지, 제재가 필요한지 살펴보고 있다.

쿠팡은 이날 공정위의 결정과 관련해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라며 “김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로서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를 준수하는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한국 쿠팡 법인은 변함없이 동일인 지정의 예외 조건을 충족해 왔다”면서 쿠팡에 대한 동일인 변경이 “이중 규제”라고 주장했다.

쿠팡은 7일 이내에 공정위에 이의 제기를 진행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에 돌입할 방침이다.

동일인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사람 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동일인에게는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적용하는 등 당국이 중점 관리한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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